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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1일 06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2월 11일 06시 08분 KST

메르스에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걸린 이유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공포에 빠뜨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남자 환자 수가 여성 환자 수보다 훨씬 많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WPRO)는 지난해 한국의 메르스 환자 183명(2015년 6월30일 현재)의 성별과 연령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펴내면서 다른 감염병처럼 메르스도 성별에 따라 감염력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8일 밝혔다.

메르스가 아닌 렙토스피라증, 결핵, 조류독감 등 다른 감염병에서도 성별은 감염력·중증도 등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다.

메르스는 남성이 감염에 더 취약했다. 우리나라에서 남성 메르스 환자는 110명으로 여성(73명)보다 많았다. 중동의 메르스 환자 성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메르스 환자는 사실상 전부가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다른 병을 고치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92명, 문병·간호 등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환자는 61명이었다.

성별이 메르스 감염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남녀의 메르스 환자 성비는 1 대 1로 완전히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로 병원을 찾은 경우나 단순히 방문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경우 모두에서 남자 환자가 여자 환자보다 70%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문병·간호 등으로 병원을 더 자주 찾는 쪽은 여성이란 점에 비춰보면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진다. 즉 병원에서 감염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된 것은 여성인데도 메르스 환자 수는 남자 쪽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진이 메르스에 감염된 경우만 놓고 보면 성비가 0.7 대 1 정도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의료진은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정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성별이 메르스 감염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의료진 감염자의 성비는 0.3 대 1로 훨씬 더 큰 차이가 났어야 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그렇다면 남성이 메르스에 취약한 정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연구팀은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2009년 신종플루(인플루엔자A)가 유행하던 당시의 연구를 보면 남성은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에도 여성보다 손을 덜 씻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남성은 여성보다 용변 후 손을 덜 씻는가?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에서 2년 전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 "공공화장실 이용 후 손 씻는다"는 응답이 남성은 66%, 여성은 77%로 상당한 차이가 났다고 한다.

이 매체는 그러나 이런 10%p의 차이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한 대학에서 남자 대학생 157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물어봤을 때는 94%가 "화장실 이용 후 손 씻는다"고 답했지만 연구진이 몰래 따라가 관찰해 보니 실제 씻는 경우는 17%에 불과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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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tvN의 롤러코스터라는 프로그램의 '남녀 탐구생활'에서는 정형돈 씨가 출연해 이런 경향을 재밌게 과장하기도 했다. (영상보러가기)

같은 시기에 인플루엔자A로 인한 폐렴 환자를 분석한 논문에서는 남성의 흡연율이 큰 차이로 높았다.

우리나라의 중년 남성 흡연율은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의 흡연율은 6%로 OECD 최하위다.

연구팀은 흡연과 메르스의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