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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09일 10시 1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2월 09일 10시 11분 KST

초등생-중학생 시신 유기사건의 법 적용이 다른 이유

연합뉴스

지난해 발견된 초등학생 시신 유기사건과 지난주 여중생의 시신 유기사건의 부모에게 법이 다르게 적용될 예정이다.

7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3년 넘게 냉장고에 유기한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유기 사건'의 피의자 부모는 모두 살인죄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초등생 아들 시신훼손: 굶기고 방치한 엄마도 살인죄 적용한다

그러나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미라 상태로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방치한 '여중생 시신유기 사건'의 피의자인 목사 부부는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돼 현재 구속된 상태다.

관련기사 : 목사 부부는 딸의 시신을 미라 상태로 만들었다

경찰은 11일이나 1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 때 살인죄 적용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두 사건의 차이점을 들며 목사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박소영 부장검사)는 5일 살인 및 사체훼손·유기·은닉 등의 혐의로 피해자 A(2012년 사망 당시 7세)군의 아버지(33)와 어머니(33)를 구속 기소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할 당시 아버지에게만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벌여 사망시점을 변경한 뒤 어머니에게도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부부에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방지 의무를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지속적인 폭행과 굶김으로 극도의 배고픔과 탈진 상태인 아들의 치료를 장시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부모인 이들에게 있다고 검찰은 판단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들을 그냥 두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학대 사실이 발각될까 봐 두려워 내버려 뒀고 사망이라는 결과를 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는 자식을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이 크다는 의미에서 '보증인적 지위'를 갖고 그런 지위의 부모는 자녀 사망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미라 상태로 11개월 가까이 집 안에 방치한 혐의를 받는 목사 부부에게는 구속 당시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죄만 적용됐다.

두 사건은 '폭행 후 사망'이라는 결과와 시신을 장시간 집에 방치한 점은 같지만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상황은 서로 다르다.

A군의 경우 극도의 탈진 상태에서 최소 3일 넘게 장기간 방치됐다가 사망했지만, 여중생 B(사망 당시 13세)양은 5시간 동안 폭행을 당한 이후 하루 안에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B양 아버지는 경찰에서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딸을 때리고 '잠을 자라'고 한 뒤 다른 방으로 건너가 (나도) 잠이 들었다"며 "같은 날 오후 7시께 일어나보니 딸이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초등생 사건'과 같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하기에는 사망 가능성을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방치 기간이 짧다고 볼 수 있다.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도 있을 경우 인정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도 목사 부부에게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목사는 경찰에서 "딸을 때릴 당시 죽을 줄 몰랐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로도 B양 사망의 직접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

국과수는 1차 구두소견에서 "대퇴부에서 비교적 선명한 출혈이 관찰됐다"면서 "CT(컴퓨터단층촬영)와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골절이나 복강내 출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만 밝혔다.

인천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9일 "초등생 사건과 달리 여중생 사건의 경우 피의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하기에는 모두 정황 증거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최근 몇 년간 알려진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국민의 법 감정을 의식해 살인죄를 적용하고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엄벌하려는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죄명을 적용할 때에는 냉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죄는 상해치사(3년 이상 징역)의 가중처벌 규정으로 마련됐다.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인 살인죄와 비교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인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 형량도 가볍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권고 형량은 아동학대치사죄가 기본 4∼7년, 최대 13년 6월까지로, 일반적인 살인죄의 양형 기준인 10∼16년에는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