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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06일 06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1월 06일 06시 36분 KST

연말 '집단 성폭력 사건'에 독일이 충격에 빠졌다

FOL/Wochit

작년 12월 31일에서 새해 첫날로 넘어가는 시각에 대도시 쾰른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력 사건의 실상이 전파되면서 독일 전역이 경악하고 있다.

세밑 어둠 속 폭죽 축제로 요란한 틈을 타 도심 한복판에서 노골적인 성폭력과 강도짓이 집단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드러난데다 그 범행 주체가 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민자 배경의 남성들이었다는 경찰당국의 추정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독일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당일 밤새 쾰른 중앙역 광장에 모여 있던 남성 1천 명가량이 이곳과 대성당 주변에서 연말 축제를 즐기러 나온 여성들을 상대로 수십 차례 성폭력과 강도 행각을 벌였다.

15∼35세로 추정되는 가해자들은 치안이 취약한 상황을 노려 따로따로 무리를 지어 주로 젊은 여성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거나 성적 수치심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성범죄를 저지르고 금품을 강탈했다. 쾰른 경찰이 접수한 약 90건의 고소 내용 가운데는 강간 의심 사건도 포함됐다.

5일 오전까지 60건으로 언론에 소개된 고소 건수는 이날 오후로 넘어가자 당국의 예견대로 이같이 늘었다.

볼프강 알베르스 쾰른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범행"이라면서 "도심 한가운데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술에 많이 취한 중동, 북아프리카 이민자 배경의 남성들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사건 처리를 위해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고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W)에 밝혔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수개월 전부터 특정한 북아프리카 청년들이 경찰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고도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선거운동 기간 괴한의 흉기테러를 받았지만 당선된 헨리에테 레커 쾰른시장은 이런 무법이 판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연방경찰까지 함께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쾰른시가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정부의 랄프 예거 내무장관은 현지 언론에 북아프리카 남성들의 집단 성폭력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같은 주정부의 바르바르 슈테펜스 성평등장관은 "이러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자주 무시돼 왔지만 이제는 대대적인 사회적 비난이 가해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들어선 한네로레 크라프트 주총리까지 나서서 강력한 조사와 처벌을 약속했다.

köln hauptbahnhof

Scores of women were attacked at Cologne city centre's train station on New Year's Eve

독일 언론은 함부르크에서도 유사한 피해 사건이 최소한 10건이 접수되고, 슈투트가르트에서도 1건이 신고됐다고 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조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파문은 연방정부 차원의 중앙무대로도 퍼졌다.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은 트위터 등을 통해 "끔찍한 성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명백하게 전면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조직적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강조했다.

마스 법무장관은 다만, 문제는 범죄자의 '출신'이 아니라 범죄의 '실체'라면서 난민 문제 일반을 이번 사건과 뒤섞는 것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도 새로운 차원의 범죄라고 단정하면서도 일반적인 난민들에게 모두 혐의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누엘라 슈베지히 여성장관 또한 여성은 남의 자의에 무방비로 맡겨진 사람들이 아니라며 폭력 사태에 노출된 피해의 심각성을 짚는 등 상당수 연방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무엇보다 가해자로 중동, 북아프리카 출신 남성들이 거론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지역에서 넘어오는 난민들이 크게 증가하는 데 맞물려 일부에서 반 이민 정서도 한층 노골화하는 마당에 이번 사건이 증오 감정을 증폭시킬 우려에서다.

아르놀트 플리커트 독일경찰조합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부 대표는 정치적으로 불편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단죄할 것은 해야 하겠지만 "대다수 난민은 더는 그들 모국에서 안전하게 살 수가 없어서 독일로 온다는 것을 잊지말자"고 지적하며 반 이민 정서 확산을 차단했다.

소셜미디어에선 이 사건의 세부 내용이 알려지기까지 며칠이 걸린 점을 들어 언론매체들이 이민자 배경의 가해자에 따른 반 난민 정서 확산을 우려해 자체 보도검열을 한 것이라는 글들이 나돌았다. 일부에선 치안 부재 현상을 걱정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한 트위터리안은 "공영방송은 아예 사건을 보도하지도 않았다"면서 소극적인 보도 양태를 보인 것을 비판했다고 유럽전문 영문매체 더로컬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집권다수당인 기독민주당(CDU) 소속의 슈테판 빌거 연방의원이 "이대로 갈 수는 없다"면서 난민을 줄이고 국경을 통제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난민에 관대한 정책을 내세우는 녹색당의 카트린 괴링-에카르트 원내대표는 튀링겐 지역신문을 통해 용의자들의 이민자 배경 여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평등한 법 적용을 강조했다고 슈피겔온라인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