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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1일 06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2월 31일 06시 28분 KST

경찰이 집에 찾아와 페이스북 계정을 내밀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안아무개(19)씨 집에 경찰관 2명이 찾아왔다. 울산 울주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소속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 11월부터 세 차례 있있던 민중총궐기 집회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 속에 있는) 안씨가 집에 있느냐. 알바노조 민중총궐기 건으로 얘기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집에 있던 안씨의 누나는 황당했다. 안씨가 2014년 초까지 알바노조와 노동당, 청년좌파 등 3개 단체 소속으로 여러 차례 집회에 참가한 적은 있지만, 2014년 9월부터 영국에서 유학중이기 때문이다. 민중총궐기 집회가 벌어지던 기간 동안 안씨는 영국에 있었다.

누나는 경찰관들에게 “사진 속 인물은 동생이 아니다. 유학을 갔다”고 답했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안씨의 페이스북 계정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같은 날 안씨 집으로 다시 전화를 해와 “사진 분석을 잘못했고, 유학 간 사실도 확인됐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집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특정 단체 소속원들에게 무작위로 출석 요구서를 보내거나 외국 유학중인 학생의 집에 찾아와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등 무차별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30일 알바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민중총궐기에 참석하지도 않은 조합원들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거나 연락을 해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알바노조 대구지부의 한 조합원은 “이름이 예뻐서 전화해봤다. 1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하지 않았느냐”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고, 울산지부의 한 조합원은 서울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경찰의 출석 요구서를 몇 통이나 받았다고 했다. ( ▶ 관련 기사 : 이름이 예뻐서 전화했다는 경찰, 황당합니다 )

경찰은 집회에 처음 참가한 조합원에게도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명목으로 출석 요구서를 보내고 있다. 이혜정 알바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이틀에 한 번꼴로 경찰에 잡혀가거나 출석 요구서를 받거나 경찰이 찾아오는 등의 사례를 겪고 있다”며 “조직적인 탄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굉장히 위협적이다. 이런 수사 방식은 결국 집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인데, 경찰의 이런 권력 남용이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통감하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이 민중총궐기 관련 수사 대상자를 색출하는 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개인 일상과 인적 관계를 사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유학 중에 경찰의 수사대상이 된 안씨는 <한겨레>와의 페이스북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가뜩이나 사찰 우려 때문에 아는 사람만 친구로 추가하고 게시글도 모두 친구 공개로 사용하고 있는데, 경찰이 집에 찾아와 페이스북 계정을 들이밀었다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 단체 가운데 알바노조의 집회 가담이 높다고 판단해 알바노조 대표에 대해 체포수사를 했었다”며 “페이스북 등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자료를 분석에 활용하지만, 기본적으로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 단체에 소속된 이들을 ‘저인망’식으로 수사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사 과정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절차 대조를 하고 찾아가는 것 자체가 아주 무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찰청 관계자도 SNS 수사 활용에 대해 “채증 판독 과정에서 여권이나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라인상에 이미 올라간 글들을 활용할 수는 있다”며 “집회 현장에 알바노조 깃발이 많이 모이고 깃발 아래 회원들 모이라는 공지도 했으니까 하는 거지, 저희도 어떤 단체 소속인지 다 알 수는 없다. (알바노조라서 조사한다) 생각하는 건 오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