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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7일 13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2월 27일 13시 13분 KST

서울 녹번동 주택균열 사고 원인이 나왔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 녹번동 공사장 인근 주택 균열 사고는 시공사가 지하에 물이 샌다는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토압(土壓)을 잘못 예측하고 공사를 벌였기 때문일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27일 오후 은평구청 관계자들은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녹번동 주택가 공사현장 안전점검을 벌였다.

점검 결과 전문가들은 인근 주택 8동에 심한 균열이 생긴 이유로 크게 '지하 누수'와 '편토압' 두 가지를 꼽았다.

서울시 건설규정심의위원 자격으로 점검에 참여한 경복대 건설환경디자인과 우종태 교수는 "공사장에서 오래된 맨홀이 발견됐는데 여기서 물이 새면서 흙이 물을 머금는 바람에 토압이 올라가 경사지 지지대가 기운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상 5층·지하 1층짜리 다가구주택을 건설하려던 시공사는 이달 15일 녹번로6가길 언덕 한쪽을 파내고는 흙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흙을 파낸 경사면에 흙막이 지지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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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맨홀에서 물이 새면서 지지대 속 흙이 물을 머금었으나 이를 몰랐던 시공사는 지지대를 부족하게 설치했고, 이 때문에 지지대가 기울어 언덕 위 집들도 언덕 아래쪽으로 기울면서 균열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우 교수는 "지하수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밑에 있는 지형이고 겨울이라 지하수 수위도 낮다 보니 시공사가 누수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지하 상수도관도 이음새가 허술해지면서 2∼3시간가량 물이 샜던 사실도 확인됐다"면서 "이 역시 토압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공사 현장 지질 특성상 좌우 토압이 달라지는 '편토압' 현상도 토압 상승의 한 원인이 됐으나 시공사는 이 점도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공사 측의 협조를 구해 설계도를 확인하고 더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 점검에는 구청 관계자 3명과 건축 및 토질 관련 전문가 4명이 참여했다.

현재 시공사는 주변 지반 안정화를 위해 덤프트럭과 굴착기를 동원해 파냈던 언덕에 흙을 되메우고 있다.

구청은 안정화 작업이 끝나는 대로 이미 위험 판정을 받은 주택 2동을 철거하고 이후 현장 곳곳에 계측기를 장착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 나머지 주택 6동의 철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일단 안정화 조치에 미비한 점이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 1차로 현장 점검을 한 것"이라면서 "철거 예정인 2개 건물 거주민들의 경우 시공사 측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고 신축 주택을 지어주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