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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6일 11시 12분 KST

정권 4대째 '실세 처벌' 김강욱 의정부지검장

연합뉴스

"권력층 비위 수사는 숙명인 것 같습니다. 우연한 일치였지만, 정권 실세가 연루된 사건을 많이 맡았습니다. 수사 내내 특별한 외압은 없었습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현경대 수석부의장이 최근 수사 선상에 올라 사의를 표시하면서 김강욱(57·사법연수원 19기) 의정부지검장이 관심을 끈다.

현 수석부의장이 현 정권의 막강한 실세 인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구성원이어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그동안 적잖았다. 세간의 예상과 달리 김 지검장이 지휘하는 의정부지검은 광범위한 수사 끝에 범죄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수석부의장은 이런 기류를 감지하고서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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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검장과 정권 실세의 악연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서울중앙지검이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고석구 수자원공사 사장을 조사하자 정치권이 술렁거렸다.

당시 고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경선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준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염동연 당시 국회의원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양대 자금줄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사건 수사는 당시 특수1부 부부장이었던 김 검사장이 맡아 처리했다. 고 사장은 결국 구속기소돼 징역 3년 6월과 추징금 9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검사장은 "당시 고 사장은 잘 알려지지 않아 실세인지 모르고 수사했다"며 "윗선에서는 알았을 것 같은데 수사에는 한 번도 관여한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비슷한 시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신 건·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불법감청 수사도 깔끔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정부는 동교동계의 반발 등을 우려해 불구속 수사를 희망했다.

그러나 국정원장 출신의 2명을 전격 구속하자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구속수사는 부당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김 검사장은 "신 전 국정원장을 직접 조사했는데 최근 별세 소식을 듣고 마음이 짠했다"며 "당시 그분은 수사팀을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김 검사장은 유학을 다녀와 행담도 비리 사건 수사에도 합류했다. 충남 당진의 행담도 개발을 위해 외자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 실세들이 대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이다.

김 검사장의 역할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절정기를 맞는다.

서울동부지검이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차장검사로서 이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웠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했다.

'MB맨'으로 불리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도 구속기소했다.

정권 실세와 형성된 악연은 지난 2월 의정부지검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인 윤석민 전 국회의원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한 것이다.

김 검사장은 "정권 실세를 의도적으로 겨냥해서 수사하지는 않았다. 첩보나 정보 등을 토대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거물급'이 걸려들었다"며 "법과 원칙을 기준으로 증거를 따라가다 보니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밖에서는 권력 실세를 수사하면 유·무형의 압박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수사가 시작되면 간섭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수사에 대한 이 같은 신념은 의정부지검의 수사 체계 개편으로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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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검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각 검사실에 배치된 수사관 2명 가운데 1명을 수사과로 발령내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고소·고발 사건을 경찰에 넘기지 않고 직접 수사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였다. 수사과 인원이 종전 5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난 이유다.

그는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경찰에 낼 수 있지만, 굳이 검찰에 접수하는 것은 직접 수사하거나 더 많은 관심을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검찰 인력 부족을 이유로 고소 사건을 경찰에 넘기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부 반발도 있었다. 검사는 수사 인력 축소로, 검사실에 남게 된 수사관은 업무 과중에 불평했다.

고소 사건은 업무 평가에서 제외돼 굳이 직접 수사할 이유가 있느냐는 불만도 생겼다.

그러나 수사관 1인당 사건 수가 10배가량 늘었지만 서로 독려하며 경쟁했고 6개월 정도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2∼10월 의정부지검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 2천4건 가운데 755건(37.6%)을 직접 처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5%보다 30.1%포인트나 높고 나머지 재경 지검 4곳 평균인 14.2%의 2.5배를 웃돈다.

수사관 1인당 송치 건수는 지난 3월 1건에서 7개월 만에 9.6건으로 늘었지만 미제 사건 비율은 지난해 4.4%에서 올해 4.2%로 되레 줄었다. 항고율과 1심 무죄율도 모두 줄었다.

김 검사장은 "평검사 시절 일선에서 누구보다 수사를 많이 해 (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그동안 (직원들에게)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최근에는 남의 책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한 일명 '표지갈이' 사건에 투입된 수사관 10여명이 불과 2주 만에 교수 200여명을 조사하는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두고 김 검사장은 "야구에서 감독이 타석에 들어선 선수에게 타격 사인을 했는데 홈런을 쳤다면 누가 칭찬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잘 따라 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