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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2일 09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2월 02일 09시 16분 KST

'FTA 농어촌 상생기금'은 재벌 삥뜯기인가

TV조선 방송 캡처

11월의 마지막 날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협정의 내용이나 영향보다 보완책에 포함된 ‘농어촌 상생기금 조성’을 둘러싼 논란이 큽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득을 보는 기업 등으로부터 자발적 기부를 받아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피해를 보는 농어촌을 지원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일부 언론은 ‘알아서 내라는 1조 기금’(조선일보), ‘1조 준조세…황당한 FTA’(동아일보)라는 1면 기사로 이를 비판했고, “법적 근거 없는 기금 부담, 조폭 문화와 다를 바 없어”(문화일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등장했습니다.

알려진 대로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가장 큰 혜택은 수출 대기업에 돌아가고, 가장 큰 피해는 농어촌이 입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대기업들이 기금을 만들어 농어민을 돕는 게 그리도 나쁜 것일까요? 상생기금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이 문제를 따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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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2월 1일

4년 전부터 ‘피해 대책’ 논의

4년 전인 2011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래 정부는 1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습니다. 무역장벽이 낮춰지면서 수출 대기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시장을 내줘야 했던 농어민들은 피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니 직접 이득을 얻는 쪽에서 뭔가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무역이득공유제’입니다.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중 1%를 ‘농어촌부흥세’로 적립해 영세 소농의 운영·생활자금, 담보력이 부족한 후계 농업경영인의 소액 창업자금,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농어촌 사회적기업 육성 기금’ 등으로 활용하자”(유근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는 제안이 대표적입니다.

국회에서도 자유무역협정 체결국과 거래하는 과세표준 1000억원 이상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의 10%를 농어촌특별세로 납부하도록 하는 농어촌특별세법 개정안(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표발의)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연간 5천억 무역수지 개선

하지만 업계와 정부는 이를 결사반대했습니다. 개별 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더 벌어들인 수익을 계산해낼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한석호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이득공유제라는 아이디어와 이론은 좋지만, 실행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안은 자발적인 기금 마련이다. 대신 기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무역이득공유제를 둘러싼 양쪽의 대립 속에서 타협책으로 탄생한 게 상생기금인 셈입니다.

예로부터 타협안의 숙명은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는 것입니다. 일부 언론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기업들에서 갹출하는 준조세가 아니냐고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역이득공유제도, 상생기금도 그 자체로 완벽한 제도는 아닙니다. 기부금을 걷어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이 방법론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처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농어촌을 돕기 위해 타협책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상생기금이 준조세처럼 운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면 될 일이지 처음부터 작정하고 마녀사냥을 벌일 일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대통령 눈치에 군말 없이 청년희망펀드에 수백억~수십억원씩 낸 게 누구인지, 이때는 왜 침묵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겠습니다.)

대통령 눈치에 수백억씩 내더니…

농어민들로서도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덕분에 무역수지가 1년 평균 5000억원(4억5000만달러)씩 늘어나는데 1000억원은 적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금이란 게 세금보다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무역이득공유제를 입법화해 세금을 걷어 특별회계를 만들면, 정부가 농업 지원 예산을 그만큼 줄이는 방식으로 장난을 칠 수”(윤태진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전문위원)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유무역협정은 당사자 간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국익 증대’라는 명분 속에서 한쪽은 이득을 보고, 다른 한쪽은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럴 때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매우 어려운 질문이지만, 손 놓고 방관하는 것이 답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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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30일 국회 앞에서 한중 FTA 국회비준 처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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