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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1일 05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2월 01일 06시 02분 KST

통화패권의 역사 : 스페인→네덜란드→영국→미국...중국?

Gettyimagesbank

세계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가더라도 달러화는 유용한 화폐다.

필리핀, 태국 등 관광산업이 발전한 국가에서는 페소나 바트가 없으면 달러로 계산을 할 수도 있고 팁으로 1달러씩 주기도 한다. 이처럼 달러는 전 세계 어디서나 공신력 있고 쉽게 받아들이는 화폐, 국제 통화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영국의 파운드화가 지금의 달러화처럼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화폐였다.

그 이전에는 네덜란드의 '길더'가 널리 쓰였고 스페인의 '페소 데 오초'가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국의 화폐는 글로벌 경제 패권의 향방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 '경제 패권국의 왕좌' 포르투갈에서 스페인·네덜란드·영국으로

15세기 이베리아 반도를 중심으로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해상무역권을 장악했고 막대한 귀금속과 향신료를 유럽으로 들여왔다.

특히, 볼리비아와 멕시코 지역에서 은광이 발견되면서 은이 넘칠 듯이 밀려들어 왔다. 1500년부터 한 세기 동안 스페인에 유입된 금의 양은 15만㎏, 은은 740만㎏에 달한다.

'스페인에서는 은 빼고 모든 것이 비싸다'(everything is dear in spain, except silver)는 말이 퍼질 정도였다고 경제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은 저서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통해 설명했다.

이 시기 스페인이 주조한 은화 '페소 데 오초'는 국제화폐 노릇을 했다.

1588년 영국 해군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완파하면서 스페인 중심의 해상권이 흔들렸다. 양국이 전쟁을 벌이면서 국력을 소진하는 사이 기회를 얻은 것은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17세기 초 동인도회사를 세우는 등 동남아시아에서 식민지배를 확대했다.

암스테르담에 최초의 근대적 은행을 두고 수표를 만드는 등 발달한 상업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이 시기 네덜란드의 길더화가 국제통화의 역할을 했다.

uk pound

이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의 자리에 오른 것은 영국의 파운드화다.

당시 영국은 파운드화를 금에 연계하는 금본위제를 도입했고 세계 각국은 파운드화를 교역 시 결제용도로 사용했다.

19세기 후반에 파운드화가 세계 교역 결제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같은 파운드화의 전성시대는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끝을 맞는다.

◇ 대영제국에서 미국으로…일본·유럽연합·중국의 도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던 대영제국이 미국에 세계 경제 패권을 완전히 내준 것은 세계 2차대전이 막을 내린 1945년이다.

멘지 친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경제 규모가 영국을 뛰어넘은 것은 1872년이며, 1915년에는 수출 규모까지 따라잡았다.

하지만 1940년까지 해외 각국이 보유한 파운드의 양은 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도 파운드는 핵심 화폐 역할을 지켰다.

제2차 세계대전이 패전국인 독일, 일본은 물론 영국, 소비에트연방, 프랑스 등 승전국에도 상처만 남긴 채로 마무리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bretton woods

1944년 7월4일,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서 열린 유엔 통화금융 회의에서 44개국 대표들이 회의를 여는 모습. ⓒAP

1944년 44개국은 미국 뉴햄프셔주(州) 브레튼 우즈에 모여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삼는 금환본위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금 1온스는 미국 35달러에 고정됐으며 이듬해 국제적으로 달러화의 사용량이 파운드화를 앞섰다.

70년간 달러화는 국제 통화의 자리를 지켰다. 그 기간에 다른 국가의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면서 엔화가 달러화에 도전했다.

하지만 1985년 플라자 합의를 거치면서 일본 경제는 주춤했고 곧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불황에 빠졌다.

유럽연합(EU)이 탄생하며 유로화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역시 저성장에 빠지면서 달러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달러화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의 자리에 오른 중국 위안화다.

중국은 이번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시작으로 기축통화의 지위를 확보하고 세계적으로도 위안화의 자리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역사상 국제통화의 자리가 끊임없이 뒤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위안화의 SDR 편입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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