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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9일 08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1월 29일 08시 07분 KST

필리핀 정부,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 부정축재 재산 환수 본격 착수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매각하려는 필리핀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일가가 보유했던 200여 점의 미술작품을 찾기 위해 다음 달 제보 웹사이트를 개설할 계획이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인 1970∼1980년대 부인 이멜다 등 그의 가족이 반 고흐, 피카소 등 유명 화가의 그림을 포함해 각종 명화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정부는 국민 제보를 바탕으로 이들 작품의 행방을 파악, 몰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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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976년 5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당시 필리핀 대통령. ⓒGettyimageskorea

필리핀 정부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1986년 민중 봉기로 퇴진할 때 몰수한 이멜다의 소장 보석 700여 점에 대한 감정을 지난주 세계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에 의뢰해 실시했다.

필리핀 정부는 감정 결과가 나오면 경매를 추진해 수익금을 국고로 환수할 계획이다. 1991년 감정 때 이들 보석의 가격은 600만∼800만 달러(69억∼92억 원)로 평가됐으나 지금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독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1986년 하와이로 망명해 1989년 그곳에서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추방 당시 대통령궁에서는 1천 켤레가 넘은 이멜다의 신발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멜다는 이런 심한 낭비벽 때문에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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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그의 부인 이멜다. 1965년 11월21일. ⓒAP

필리핀 정부가 이처럼 부정축재 재산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마르코스 가족의 과거 부패상을 부각시켜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은 내년 5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지난 10월 초 선언했다. 당시 이멜다는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 선거에 나서기로 한 아들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앤드루 데 카스트로 PCGG 위원은 이멜다 소장 보석의 감정 및 경매 추진과 관련,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이 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에 결정된 일"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부인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