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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6일 04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1월 26일 04시 15분 KST

[팩트체크] "국회가 립서비스만"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사실일까?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위선’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압박하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 이른바 ‘대통령 관심법안’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협정과 법안들의 ‘장밋빛 전망’을 집중 쏟아내며 ‘통과되지 않아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엔 눈감고 긍정적인 측면만 보여주며 왜곡된 인식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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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1일 손실 40억론의 허점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대표적 사례가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한-중 에프티에이 하루 40억 손해론’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한-중 에프티에이 비준이 늦어지는 만큼 당장 손해 보는 규모가 하루에 자그마치 40억원”이라고 말한 데 이어 지난 24일 국무회의 때도 40억원을 언급하며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고 야당을 몰아세웠다. 이 표현은 지난 8월31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처음 사용한 뒤로 한-중 에프티에이 필요성을 강변하는 대표적인 ‘구호’로 계속 사용되고 있다.

40억원은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한-중 에프티에이에 따른 제조업 1년차 수출 증가액 13억5000만달러를 원화로 환산해 365일로 단순히 나눈 것이다. 그러나 관세 인하는 한·중 양국에 동시에 적용되기 때문에 에프티에이 효과를 따질 때는 수출 증가와 동시에 수입 증가를 견줘 분석한다. 즉, 무역수지를 본다. 국회 비준안 제출 때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봐도 제조업, 농림업 등 분야별 무역수지를 따지지 수출만 두고 이득이라고 보진 않는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한-중 에프티에이로 인한 중국산 수입 증가분도 하루 40억원(1년차 13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그만큼 피해를 보는 국내 업체가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40억 손해론’은 제조업만 따졌기 때문에 에프티에이로 큰 피해를 볼 농림수산업 영역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한-중 에프티에이 발효 뒤 농림업과 수산업은 수출보다 수입액 증가가 크기 때문에 무역수지는 20년 연평균 각각 마이너스 750만달러, 마이너스 930만달러에 이른다.

이에 대해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교역에서 이익과 손해는 수출과 수입의 차이, 즉 무역수지로 판단하는 것이 상식인데 정부는 한쪽만 얘기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비준을 늦출수록 수입 증가분 하루 40억원은 물론 관세 인하로 중국 기업들로부터 받지 못하게 되는 관세수입 감소 하루 39억원(연평균 1조4223억원)만큼 이익이라는 소리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박 대통령은 최근 들어서는 40억원을 거론하며 ‘손해’라는 표현을 빼고 발언하고 있다.

야당은 한-중 에프티에이에 대한 ‘효과 뻥튀기’를 철저히 검증하고, 반대로 농림수산업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해 무역이익공유제 등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야당의 이런 태도에 비춰 한-중 에프티에이는 정부가 요구한 이달 26일을 넘겨, 피해 보완 대책 등이 마련된 12월 초에 비준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의 영향평가는 농수산업의 고용이 10년간 160명 줄어드는 데 그친다고 분석하는 등 피해액을 축소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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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촉구한 ‘경제활성화법’ 쟁점

박 대통령이 통과를 촉구한 경제활성화 3개 법안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할 지점들이 많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보건의료의 공공성이 저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야당은 “적용 대상에서 보건의료 분야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적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공공성 침해 우려가 높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판단이다. 그나마 수월한 통과가 점쳐졌던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국내 자본의 외국 법인 설립을 통한 ‘우회 투자’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지 않아 영리병원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여야가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도 두 법의 현재 내용으로는 의료 민영화, 사회공공성 파괴 우려가 있다며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관광진흥법의 경우 정부·여당은 법 통과로 1만97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만3800여개는 건설 관련으로, 대부분 일용직의 한시적 일자리에 불과하다고 새정치연합은 밝혔다. 학교 앞 관광호텔 건설로 학생들의 학습권에 위해 요소가 된다는 주장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