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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5일 11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1월 25일 11시 41분 KST

대통령의 '격노' 다음날, 정말로 '복면시위 금지법'이 발의됐다

한겨레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화가 무척 났었다. '격노'의 이유 중 하나는 14일 진행된 민중 총궐기 집회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외신기자를 놀라게 할 정도로 시위대를 테러단체인 IS(이슬람국가)에 비유하면서, "특히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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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민중 총궐기 집회를 두고) 이번에야말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서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전 세계가 테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때에 테러 단체들이 불법 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IS(이슬람국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연합뉴스 11월 24일)

그리고, 다음날 곧바로 '복면시위금지법'이 발의됐다. 정식명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며 시위 중 '복면착용'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을 비롯한 32명의 의원이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발의한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대학 입학전형을 위한 시험을 시행하는 날에는 집회 또는 시위를 제한하도록 함

2. 집회·시위에 사용할 목적으로 총포, 쇠파이프 등의 제조·보관·운반하는 행위도 처벌하도록 함

3. 폭행, 폭력 등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에는 신원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복면 등의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주최자의 준수사항을 거듭 위반하는 경우에는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함

4. 벌금액을 상향하여 현실화함

발의 의원 명단

강은희, 권성동, 길정우, 김도읍, 김동완, 김진태, 김태흠, 김한표, 나경원, 노철래, 문대성, 박대출, 박맹우, 박명재, 박상은, 송영근, 신동우, 심윤조, 안상수, 원유철, 윤상현, 이병석, 이이재, 이장우, 이채익, 이철우, 정갑윤, 정미경, 정희수, 최봉홍, 한기호, 홍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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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은 '폭력시위 대응'이라는 표면적인 목표와 달리 실질적으로 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어디까지 얼굴을 가리는 게 '복면시위'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한 마디로 코미디인데, 국가는 개인이 뭘 입든 벗든 상관해선 안 된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금도 폭력시위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 규정과 육안으로 하는 소지품 검사 규정으로도 신원확인을 거쳐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한국일보 11월 25일)

한편, '국제권리장전'으로 불리는 유엔의 '자유권규약' 제21조는 집회의 자유와 관련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가 인정된다. 이 권리의 행사에 대하여는 법률에 따라 부과되고, 또한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 공공질서,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또는 타인의 권리 및 자유의 보호를 위하여 민주사회에 필요한 것 이외의 어떠한 제한도 과하여져서는 아니된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