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7일 04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2월 03일 06시 31분 KST

후아레즈는 왜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마약 도시가 되었나

SICARIO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모래 먼지,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태양빛이 작렬 하는 곳. 미국 텍사스 주 엘패소와 리오그란데 강을 끼고 마주한 멕시코 국경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즈(Ciudad Juarez). 라틴 문화를 즐기려는 관광객은 물론, 저렴한 인건비와 임대료로 여러 기업에도 매력적인 도시였다. 하지만 어느새 저주받은 땅으로 변해버린 살인 도시. 약 이십여 년 사이, 시체로 가득한 가옥이 발견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잔혹 도시가 되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잇는 남미 최고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는 후아레즈를 모델로 장편소설 '2666'을 집필했고, 최근에는 이곳의 마약전쟁을 다룬 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로도 제작되어 공포스러운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 전체가 악명을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마약 카르텔 간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로 잔인한 범죄가 득실거리는 이곳을 들여다보자.

1. 후아레즈는 사법권이 마비된, 지구에서 가장 잔혹한 살인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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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세계에서 3년 연속 가장 폭력적인 도시라는 불명예를 석권했다”고 보도할 만큼 끔찍한 이곳은, 2009년 멕시코의 안보 관련 비정부기구인 공공안보시민위원회(CCSP)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13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엘패소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미국으로 마약을 반입하거나 불법입국을 시도하는 전형적인 루트로 이용되는 곳이다. 따라서 이 지역을 선점하려는 마약 조직 간의 총격전은 물론 강간과 매춘, 납치와 살인이 끊이지 않아 주민들이 시체를 마주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2010년 연말, 스물여덟 살의 여성 경찰 에리카 간다라 실종사건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함께 근무하던 경찰 여덟 명 중 일곱이 죽임을 당하거나, 근무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남았다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인근 도시에서는 경찰서장이 총에 맞아 희생된 뒤 근무하겠다는 이가 없어 일 년간 경찰서가 폐쇄되기도 했다. 경찰을 비롯한 사법권이 제구실하지 못하는 무법천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2.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은 실종됐고, 열악한 교육환경이 젊은이들을 마약 범죄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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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레즈가 범죄의 악명을 떨치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다.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후 멕시코 대외 무역의 핵심지대가 되면서, 공장주들은 막대한 이익을 누리기 위해 값싼 임금의 여성 노동자들을 착취했고, 새벽 출근과 밤늦은 퇴근이 이어지며 자연스레 여성들은 범죄에 쉽게 노출됐다. 이후 지방에서 올라와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이 실종되기 시작했다.

1993년 이후 여성 500명 이상이 살해됐고, 대부분은 행방조차 알 길이 없는 영구 미해결 사건으로 남았다. 피해자들은 성폭행당하고 살해되거나 장기밀매에 희생돼 후아레즈의 사막에 버려졌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또한, 각종 범죄로 주민들이 살해당하고, 도시를 떠나면서 150만 명이었던 인구가 130만 명으로 줄게 된다. 더욱이 불법입국을 꿈꾸며 밀려드는 남미의 많은 사람들로 도시 혼란은 가중되고, 사회적 여건이 나빠지면서 열악한 교육환경에 처한 젊은이들이 마약을 비롯한 범죄에 대한 유혹의 손길에 쉽게 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3. 9·11 이후 미국의 해상 경계가 강화되며, 냉혹한 카르텔들의 마약 전쟁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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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루트로 남미에서 미국으로 밀반입되던 마약이 9·11 이후 미국의 해안 경계가 강화되며 멕시코를 통한 육로로 운반방식이 바뀌게 된다. 미국 마약 시장의 중심부와도 같은 미국 남부지역 3개 주의 경계선에 후아레즈가 걸쳐있고, 이러한 최적의 지리적 조건 때문에 멕시코 국경 근처에서 중개상역할을 하던 카르텔들이 마약유통으로 떼돈을 벌게 됐다. 이후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마약 카르텔 간의 항쟁이 계속되면서 폭력조직 간의 유혈 낭자한 싸움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현재 이곳을 장악하고 있는 범죄조직은 ‘시날로아 카르텔’이다. 세계 10대 범죄조직 안에 꼽히는 이 범죄집단은 마리화나와 코카인, 메탐페타민, 헤로인 등을 미국으로 밀수하며 인신매매, 매춘사업을 위해 각종 폭력과 납치, 강간 등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세계 23개국 이상의 범죄 조직과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힐 만큼 크고 냉혹한 조직이다. 특히 멕시코 정부가 '마약범죄와 전쟁'을 펼치던 2000년도 중반 후아레즈에서 '로스 세타스'라는 조직과 마약밀매를 둘러싸고 피비린내 나는 유혈 다툼을 벌였고,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크고 작은 유혈 전이 벌어지고 있다.

4. 교도소를 두 번이나 탈출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행방은 묘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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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차포’라 불리는 이 조직의 두목,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은 지난 7월 11일 수감됐던 교도소를 탈출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1993년 마약밀매와 살인혐의로 체포됐으나, 2001년 세탁용역회사 차에 숨어들어 탈옥했고 2014년 2월 다시 검거됐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그가 다시는 탈옥할 수 없을 것이라 장담했지만, 수감된 독방 샤워실에서 1마일(약 1.6km)에 달하는 조명과 환풍구, 오토바이 엔진으로 가동하는 레일을 깔아놓은 터널을 뚫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의 두 번째 탈옥이 성공한 것이다.

11월 초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부의 국경 산악지대에 있다고 알려졌지만, 여전히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언론을 비롯해 온갖 가십을 장식해서인지 올가을 멕시코에서는 핼러윈 가면으로 호아킨 구스만과 미국의 예비대선주자인 트럼프의 가면은 최고의 인기를 얻기도 했다.

5. 멕시코와 미국 정부가 나섰지만, 마약과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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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레즈를 거점으로 벌어지고 있는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는 2000년대부터 이 지역에 군인을 보내 마약 범죄와 대대적인 전쟁을 벌이지만 2010년에만 만 명 이상이 사망하며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12년 말 집권한 멕시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정부가 더욱 강력한 대규모의 작전을 실시한다. 그 결과 2014년 2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을 체포하는 성과를 거둔다.

또한 미국 마약단속국 DEA, 연방경찰 FBI, 정보국 CIA 등이 각자 또는 힘을 모아 마약범죄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곳을 거점으로 하는 크고 작은 범죄조직은, 이들 사법당국을 비웃듯 지역 사업자들의 이권을 착취하고 정치인을 매수하는가 하면 마약밀매 등 불법적인 사업으로 끊임없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범죄는 끊이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항하는 사법당국의 ‘마약 범죄와의 전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마약 카르텔과의 지난한 싸움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후아레즈를 배경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12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세 사람(애리조나 FBI 요원 케이트 메이서, 미스터리한 작전 컨설턴트 알레한드로, CIA 소속의 작전 총 책임자 맷 그레이버)이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대립하게 되는 범죄 스릴러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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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제4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17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에 초청받아 이들 영화제에서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평가 받았다. 특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되어, 두 차례 상영좌석이 모두 매진을 기록할 만큼 국내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음모와 부패, 도덕적 타락으로 얼룩진 국경지대의 마약 전쟁에 관심이 많은 당신의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이다.

* 이 콘텐츠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지원으로 제작된 네이티브 애드 (Native AD)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