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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5일 12시 20분 KST

일본대학 연극과 학생들,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연기하다

연합뉴스

일본의 대학생들이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민초들의 애환을 두 편의 연극으로 그려냈다.

14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네리마(練馬)구의 니혼(日本)대학 에고타(江古田) 캠퍼스에서는 일본연출자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와다 요시오(64·和田喜夫) 씨의 연출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짬뽕(윤정환 작)과 제주 4·3사건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마당극 '우리 집 이야기(김민수 작)'가 총 2시간 40분간 연속으로 공연됐다. 니혼대학 연극학과 학생들의 정기 워크숍 공연으로, 이날이 마지막날이었다.

5·18 당시 광주의 중화요리집을 배경으로 하는 '짬뽕'은 독재권력의 폭력에 스러져간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한국에서 2004년 초연 이후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재일 코리안 연극인 김민수 씨가 쓴 '우리집 이야기'는 제주도 출신 재일동포 3대의 애환과 재일 동포의 삶에 투영된 분단의 아픔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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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에서 배우들은 번역된 일본어로 대사를 했지만 배경으로 등장하는 '제비처럼', '님과 함께', '왜 불러' 등의 한국 가요는 원곡 그대로 흘러 나왔다.

군인 역을 맡은 배우들이 "나는 군인이 아니라 방위(단기사병)"라고 '고백'한 순간 한국에서 같으면 박장대소가 터졌겠지만 객석은 '썰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소개된 극중 인물들의 운명에 일본인 관객들도 공감한 듯 객석 일부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마당극인 '우리집 이야기'에서 재일조선인을 연기한 배우들은 '어머니, 아버지', '착해라', '절 받으십시오', '아이고' 등 일부 한국어 대사를 구사했다. 그 뿐 아니라 '새타령', '도라지 타령' 등을 한국어로 구성지게 불렀고, 장구 등 한국 전통악기를 제법 능숙하게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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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을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은 재일 한인으로부터 '단기 속성'으로 필요한 한국어를 배우고, 관련 영화를 보거나 재일한인사를 다룬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한국과 한일관계사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연출인 와다 씨가 전했다.

'우리집 이야기'에서 재일동포 1세대 할아버지를 연기한 쓰치하시 료타(21·일본대학 연극학과 3학년) 씨는 "공부를 해보니 그동안 몰랐던 것들 뿐이었다"고 소개한 뒤 "일한 양국 사람이 서로 다르면서도 역시 공통의 것들이 있음을 느꼈고, 다른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 많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객 와타나베 시게루(22·대학생) 씨는 짬뽕에 대해 "재미있었지만 슬펐다"며 "평화로운 나라에서 살면서 그런 일(5·18)이 한국에서 있었음을 피부에 와 닿게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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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와다 요시오 씨

한국 연극계와 오랜 교류를 해온 연출 와다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작품에 등장하는 중화요리집 사람들과 재일동포 가족이 가진 강인한 공동체 유대의식을 일본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와다는 "일본은 지금 경제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슬픔'에 접할 기회가 별로 없고 일본인 5명 중 1명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며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일본이라는 공동체가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또 '짬뽕'을 통해 "힘에 의해 억울하게 짓밟힌 사람들의 존재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전했고, "가족끼리 서로 뜨겁게 포옹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일이 일본엔 좀처럼 없는 것 아닌가"하는 마음으로 재일동포 가족사를 다룬 '우리 집 이야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와다는 이어 두 작품을 통해 한국과 재일한국인에 일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힌 뒤 "일본은 아시아를 알고, 아시아와 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앞으로도 한국 작품을 계속 연출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