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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2일 18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1월 12일 18시 10분 KST

수능일, 광화문광장에 '책가방'이 놓였다(사진)

한겨레

2015년 11월12일 오후 4시16분.

살아 있었다면 수능 4교시(탐구영역) 시험을 마치고 교문 앞으로 마중 나온 가족들의 품에 안겨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을 들었을 시각이다. 5교시(제2외국어·한문) 응시생이라면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으리라.

수능이 치러진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바닥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의 자리가 마련됐다. 세월호 참사가 아니었다면 이날 수능을 치렀을 학생들을 기리기 위한 ‘2015년 수능일 세월호 기억행동, 아이들의 책가방’ 행사다. 시민들은 각자 준비한 가방을 반 순서대로 놓인 학생들 자리에 놓아두고 가방에 학생의 이름이 적힌 단원고 명찰과 노란 리본을 달았다. 아직 세월호 안에 있는 4명의 학생들의 자리엔 노란 종이배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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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시민네트워크와 4·16연대 광화문위원회가 수능일인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2015년 수능일 세월호 기억행동 아이들의 책가방’ 퍼포먼스를 벌이며 별이 된 아이들의 숫자만큼 250개의 가방을 모아 펼치고 있다.

수능날이라 학교를 가지 않은 서울 을지중 3학년 김건(15)군은 자신이 매던 가방과 집에 있던 가방을 챙겨, 이수연·이연화 학생 자리에 놓아 두었다.

김군은 “국가가 형·누나들이 시험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 간 것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에 가방을 가져왔다. 250개가 다 차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서 하나를 더 챙겼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광화문광장 안의 세월호광장 서명대를 지키던 요가강사 오민정(35)씨도 집에 있던 가방을 가져다 놓았다. 오씨는 “이름을 보니까 또 가슴이 저려온다”며 “진상규명이나 인양작업 등 아무것도 해결이 안된 상황이라서 아직까지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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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자리에 가방이 놓이는 것을 지켜보던 고 박예슬양의 아버지 박종범(49)씨는 “아이들이 있었다면 시험장에 태워다 줬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아이들이 시험을 볼거라고 생각해서 기획한 자리겠지만, 나는 오히려 아이들이 하늘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험 감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세상이 잘 돌아가는지 지켜보면서 세상을 심판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저녁 8시까지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며 주인 없는 가방 곁을 지켰다. 행사가 끝날 무렵엔 지금은 별이 된 아이들의 이름에 가락을 붙인 노래가 세월호 광장에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