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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0일 16시 1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1월 10일 16시 29분 KST

청소년 성소수자 54%, "공개 뒤 괴롭힘 당했다"

Gettyimagesbank

“남성이 남성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동성애는 도덕적이지 않다.”,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어렸을 때의 나쁜 경험 때문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대다수(98%)가 학교에서 교사나 다른 학생들로부터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에 일곱은 이런 말을 듣고도 ‘자신이 성소수자임이 밝혀질까봐’(77%), ‘보복을 당할까봐’(12%)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부터 용역을 받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지난해 6월부터 성소수자 청소년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인권위는 10일 저녁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동성·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등 성소수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2명 중 1명(54%)은 성적 정체성이 드러난 뒤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놀림이나 모욕(47.5%)을 당하는 건 기본이고, ‘아웃팅’(다른 사람에게 원치 않게 성적 정체성이 공개되는 것·24.5%)을 당하거나 아웃팅 위협(13%)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10명 중 2명(19.4%)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울타리가 돼야 할 교사들도 제 역할을 못했다. 괴롭힘을 당한 청소년 10명 중 7명은 “말해봐야 달라질 게 없다”는 이유로 선생님한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김정혜 연구원(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강사)은 “학교 내 동급생으로부터의 괴롭힘과 교사의 방임이나 혐오로 인한 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이에 대한 무관심과 무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회에 나와서도 차별은 여전했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성인(948명) 성소수자 열 중 넷 이상이 성별 정체성 때문에 차별을 경험했는데, 동성·양성애자의 14.1%, 트랜스젠더의 16.5%가 성적 정체성 때문에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멀쩡히 회사를 다니다가 애인과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관리자에게 들켜 사직당한 이도 있었다.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각했다. 면접 때 ‘성기가 어떤 게 달렸느냐’는 질문을 받는가 하면, 채용과정에서 주민번호를 조회당한 뒤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져’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현경 연구원은 “이 때문에 성소수자 대다수가 객관적으로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에 취업하거나, 자영업·프리랜서 형태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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