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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0일 06시 07분 KST

달래가 똥을 먹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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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박정윤의 동병상련

“선생님, 푸들이 똑똑하다더니 아닌가봐요.” 푸들 숑숑이 보호자의 말이다. 다른 푸들은 처음 집에 데려와서부터 대소변을 다 가렸다는데, 왜 우리 애는 못 가리는지 모르겠다며 보호자는 한마디 덧붙인다. “혼나면 다 알아들으면서 대소변 못 가리는 걸 보면 저게 일부러 나를 고생시키려고 하나 싶어 화가 날 때도 있어요.” 숑숑이는 배변패드에 소변을 잘 보다가도 엉뚱한 데 싸거나 패드 귀퉁이에 싸서 보호자를 속상하게 한다.

나는 보호자에게 숑숑이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라고 설명했다. “강아지도 성격이나 취향이 있어요?” “물론이죠. 동물은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는걸요” 하는 말에 보호자는 이렇게 말했다. “에이, 선생님도…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똑같이 생각해요. 사람은 사람이고 동물은 동물이지.”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다. 강아지들에게도 성격과 취향이 있다. ‘어떻게 고치지?’가 아니라 ‘왜 못 가리지?’를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숑숑이의 배변 문제도 마찬가지다. 숑숑이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부터 보호자가 숑숑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숑숑이는 깔끔한 성격이었다. 배변패드에 조금만 소변이 묻어도 싸기 싫어서 다른 데 싸는 이유도 있었다. 여기저기 싸는 것도 관찰해보면 몇 군데 정해진 자리가 있었다. 주로 용변을 보는 자리에 배변패드를 서너 장을 더 깔아서 넓게 만들어주고, 수시로 갈아주면서 지켜보았다. 가족들은 다른 자리에도 각각 패드를 깔아두고 숑숑이를 더 이상 혼내지 않았다. 가족이 원하는 자리에 배변을 했을 때만 더 많은 칭찬을 해주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난 뒤 숑숑이는 여기저기 싸던 자리가 한두 군데로 줄었고, 한 달이 지난 뒤엔 거의 완벽하게 배변 문제를 해결했다.

나는 우리집 달래가 생각났다. 달래는 2년 전 입양된 시추다. 그런데 달래는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는 ‘요요개’였다. 예쁘고 건강해서 입양을 잘 가지만 다시 파양되어 오고, 심지어는 일년 뒤에 파양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처음 집에 왔을 때 달래는 똥을 먹었다. 눈치를 보면서 똥을 먹는 달래를 보며 엄마는 경악했다. 저래서 입양 갔다가 되돌아왔나보다 싶었다. 달래가 똥을 먹는 이유는 배변 시 지나치게 혼이 났기 때문이었다.

어디에 어떻게 싸라고 정한 것은 사람이다. 알려주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잘못된 소통 방식으로 전달하고, 잘못 전달받은 강아지는 영문도 모른 채 혼이 난다. 달래 입장에서는 혼이 나기 싫으니 자신의 배설물을 먹어치웠을 테고, 그걸 본 사람들은 더 소리치며 혼을 내는 악순환을 거쳤으리라. 숑숑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동물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동물을 사람에 빗대어 사람처럼 대하다가도, 동물이 사람만은 못하다고 생각한다. 동물은 주로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이다. 지능이 있어도 의식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물들은 깊고 풍부한 감정을 가졌다. 상대방을 위로할 줄도 알고 마음의 상처를 기억하고 표현한다. 단지 사람과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번도 동물의 행동이나 생태적 특징, 역할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동물을 사람에 빗대어 판단하거나 사람보다 낮은 존재로 생각한다. 사람들은 동물과 사람을 동일시하거나 사람의 규칙과 행동양식을 강요할 때가 많다. 혼내기 전에 한번만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자. 사람만 가지고 있다는 생각하는 능력이나 취향, 깊은 사고나 감정을 동물도 가지고 있다. 동물을 사람보다 하등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존중해준다면, 좀더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