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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03일 10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1월 03일 10시 20분 KST

다시보는 명언 : '한국은 정부가 교과서 집필에 개입하지 않는다!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일,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강행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입을 모아 '올바른 교과서'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쯤에서 2014년 2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 글을 한 번 읽어보자.

한국 정부는 역사 교과서 집필이나 검정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역사 교과서는 민간 출판사에 의해 발행되며, 그 뒤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이고 공정한 위원회가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사실에 오류가 발견될 경우, 해당 교과서는 정부의 영향력과 무관한 학계 전문가 등 민간 위원회에 의해 수정 조치된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들도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정 정치적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재집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없는 이야기다. 게다가 역사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도록 정부 당국이 공식 지침을 내리는 일본과 (그렇지 않은) 한국의 교과서 발행 과정을 비교하는 것은 무척 부적절하다. 심지어 일본은 식민지 시대와 제국주의 시절의 반인륜적 전범 행위에 대해 아직까지 진심어린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 2월11일)


이 글은 당시 외교부가 손세주 뉴욕총영사 명의로 게재한 반론 성격의 글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보다 약 한 달 전인 1월13일 '정치인과 교과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교과서 수정 움직임을 비판한 바 있다.

shinzo abe

만약 비슷한 비판이 제기된다면, 이제 한국 정부는 뭐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한국일보 정상원 기자는 최근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한바탕 소동으로부터 1년 8개월이 흘렀다. 그런데 이제 같은 사설이 나와도 우리 외교부는 더 이상 반박을 못하게 생겼다. 국정 교과서를 만들게 되면 정부가 교과서 집필이나 검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못할 테니.

(중략)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던 박 대통령이 ‘올바른 역사 세우기’라는 미명 하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고 있다. 도대체 아베 총리와 무엇이 다른 건가. “희망을 주는, 미래가 보이는, 밝은 역사로 써야 한다. 산업화에 성공해 자랑스러운 나라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써야 한다”는 국사편찬위원장의 발언은 어떤가. (한국일보 10월29일)

새누리당 트위터, 2015년 4월7일.

중앙일보 배명복 논설위원은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하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국가가 만든 단일 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은 역사 해석을 국가가 독점하겠다는 발상이다. 역사는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역사에 대한 해석은 박 대통령 말마따나 역사학자들 몫이다. 각자의 사관에 따른 서로 다른 해석을 용인해 줘야 한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역사학자들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화를 대통령의 판단과 의지, 추종세력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오만이고 독선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에서 있기 어려운 일이다. (중앙일보 11월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