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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02일 07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1월 02일 07시 31분 KST

원세훈 재판, 부장검사가 항의하며 퇴장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주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원 전 원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편파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검찰은 1·2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무죄 예단을 갖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일 법원과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30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박형철 부장검사가 편파적인 재판 진행에 항의해 퇴정했다. 박 검사는, 이 사건 수사팀의 주축이었던 이복현 검사가 “검사의 말 꼬투리 하나하나를 잡고, 가정에 가정을 거듭해 유감이다”라고 항의한 뒤 법정을 나왔다.

앞서 검찰은 “재판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국민이 다 알 수 있게끔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국정원법 해석은 틀렸다고 계속 지적하는데 그게 공정하냐”며 김 재판장과 공판 내내 설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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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7부는 대법원에서 원 전 원장의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로 돌려보낸 파기환송심을 심리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국정원법 3조1항1호에서 국정원 업무로 규정한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에서 ‘배포’의 범위를 문제삼았다.

국정원이 평소 유관기관에 국내 정보를 배포하는 것이 업무의 일환이라면, 일반 국민에게도 사이버상으로 정보를 배포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재판장은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노출한 상황에서 사이버 활동을 하면서 일반 국민에게 대공 업무를 배포하는 경우는 적법하냐”고 묻자, 검찰은 “민주주의 대명천지에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노출하고 올리는 게 가능하냐”고 맞받았다.

김 재판장이 “꼭 이름을 밝히는 것이 아니고 국정원 공식 에스엔에스(SNS)가 있을 수도 있지 않으냐”고 재차 묻자, 검찰은 “신분 노출은 국정원직원법상 처벌을 하게 돼 있다”고 재반박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의 댓글 활동을 북한의 대남 심리방송 차단 활동에 빗대기도 했다. 김 재판장은 “국정원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다른 활동들도 불법이 되는데, 그럼 국정원이 북한 대남 심리방송을 차단한 것도 직무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검찰은 “기소하지도 않은 내용에 대한 가정적인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또 “2005년 3월 참여정부 시절부터 국정원의 대북 사이버 심리전 전담팀이 설치됐기 때문에 이 기간의 모든 사이버 활동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도 했다.

검찰은 어이가 없다는 듯 “2005년부터 역대 국정원장들을 다 불러 심리하고, 나머지 모든 오프라인 업무에 대해서도 심리하자는 것이냐. 기왕 이렇게 된 것 다 불러서 심리하자는 것에 동의한다”고 대응했다.

재판부는 급기야 <손자병법>을 인용해 국정원 댓글 공작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탄력적인 용병술’에 빗댔다. 김 재판장은 “손자병법을 보면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병력을 움직이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는 등 탄력적인 용병을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 수천년 전부터 제기되는 이런 주장에 대한 양쪽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형철 부장검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법정 밖으로 나가버렸다.

재판부가 검찰과 재판 진행을 놓고 갈등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일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검찰의 의견서 내용 중에 이것이 맞는지 저것이 맞는지 (재판부가) 다그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준비절차라는 게 심판 대상과 방법, 절차를 정하는 것인데, 본안심리에 해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항의했다.

재판부가 검찰의 의견서를 두고 하나하나 질문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지만, 재판부는 “일단 이대로 가겠다”고 일축했다. 김 재판장은 이날 “1·2심 판결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재판부의 이런 태도는,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이어,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취지의 심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법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 발언을 보면, 유무죄에 대한 예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일 “대법원에서 각각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도 처음부터 다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 또한 검찰의 의견이 정리돼야 쟁점이 정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일이 물어보는 것”이라고 법원 공보판사를 통해 <한겨레>에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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