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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30일 06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30일 06시 17분 KST

일본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터키로... '재수출' 세탁되는 돌고래의 운명

큰돌고래 세티(수컷·4~5살), 옥토(암컷·4~5살), 노바(암컷·4~5살), 쳄바(암컷·4~5살), 섬머(암컷·5~6살)는 2013년 태평양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섬머가 1월에 먼저 어부에게 잡혀 그해 5월 한국에 팔려왔다. 나머지 4마리도 같은 해 9월에 포획됐고 7개월 뒤인 지난해 4월 한국으로 보내졌다. 이 지역은 일부 주민들이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한해 2000마리 가까운 돌고래를 죽이거나 산 채로 잡아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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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들은 경상남도 거제의 한 수족관 업체에 모였다. 지난해 4월 개장한 ㈜거제씨월드에는 이들뿐 아니라 큰돌고래 11마리와 벨루가 4마리까지 합해 모두 20마리의 고래가 있었다. 업체는 돌고래와 수영하기, 돌고래 키스·포옹 등 체험상품을 판매해왔다. 섬머의 등 위에 올라탄 사육사는 서핑하듯 수영장 물을 갈랐다. 나머지 4마리도 관광객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서툰 사람들 손길에 몸을 내줬다.

최근 업체는 경영난을 이유로 섬머 등 5마리의 큰돌고래를 터키의 유명 관광지 안탈리아의 악수 수족관에 ‘투자’ 목적으로 보내기로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9일 업체가 돌고래들을 터키로 재수출하는 걸 허가했다. 한국에 온 지 1년6개월~2년5개월 만에 또다시 지중해 먼바다로 떠나게 된 것이다. 업체는 돌고래들의 긴 여행 시기를 11월말~12월초로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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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큰돌고래는 전세계 돌고래쇼에서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종이다. 상업적 거래가 가능하긴 해도, 동물복지 수준이 높은 유럽연합(EU) 등 외국의 수족관들은 야생에서 직접 잡은 돌고래 대신 수족관에서 사육·증식한 개체들끼리 거래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환경부는 터키로의 재수출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물자유연대와 장하나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 받은 업체의 수출신청 서류에는 터키 악수 수족관의 소유주, 거래 비용, 수조 사진 등이 나와 있다. 낙동강청의 의뢰를 받아 수출 여부를 검토한 국립생물자원관은 “돌고래들이 방사된다 해도 터키 지역 야생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없다”며 허가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처음 일본에서 수입해 들여올 때 다시 수출할 줄 몰랐다. 현재로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있는 개체의 수출입에 대한 구체적인 법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계성주 ㈜거제씨월드 팀장은 “처음 예상과 달리 수익이 나지 않았다. 비즈니스 차원의 결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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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들은 정부의 재수출 승인을 비판하고 있다. 수족관 돌고래라 해도 얼마나 오래 수족관에서 살아야 야생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환경부는 서류만 보고 도장을 찍어주고 있다. 이 상태로는 야생 돌고래를 잠시 국내 수족관에 들였다가 외국으로 파는 자본의 돌고래 ‘세탁’을 감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