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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8일 08시 31분 KST

국내 첫 민간소극장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 폐관

한겨레

한국 최초의 민간 소극장으로 1970년대 국내 소극장운동을 이끌었던 40년 역사의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이 26일 폐관했다.

삼일로 창고극장 정대경(56) 대표는 28일 연합뉴스에 "건물주가 극장을 비워 달라고 요구해 26일 자로 문을 닫았다"며 "그동안 적자 누적으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티려 노력했으나 방법이 없어 결국 폐관하게 됐다"고 말했다.

1975년 서울시 중구 저동 명동성당 사거리 언덕길에 처음 문을 연 삼일로 창고극장은 1970년대 초 시작된 한국 소극장 운동의 발원지다. 100석 규모로, 국내 연극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초연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유리 동물원', '세일즈맨의 죽음' 등을 선보이며 소극장 연극의 산실 역할을 했다. 박정자, 전무송, 최종원, 유인촌, 명계남 등 한국의 대표 연기자들이 이 무대를 거쳐갔다.

지난 40년간 폐관과 재개관을 수없이 반복하며 부침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왔다.

정대경 대표는 2003년 말 운영난으로 폐관 위기에 처했던 이 극장을 인수해 지금까지 만 13년 동안 유지해왔다.

집과 차를 팔아가며 자체 제작 공연 등을 꾸준히 올려 왔으나 심각한 운영난으로 지난해 7월 대관 공연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월 임대료 330만 원이 2년간 밀려 있었고, 여기에 1명 있는 직원 월급 등을 더하면 그 비용이 배로 뛰었다. 그렇다고 '작품성과 예술성을 갖춘 창작극의 인큐베이터'라는 소명의식으로 버텨온 이 극장에 돈이 되는 상업물을 올릴 수는 없었다.

정 대표는 "제작환경의 변화와 상업물의 범람으로 자생력을 갖기 어려운 극장이 됐지만 그 연극사적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붙들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런 극장은 공공이 맡아서 하는 것이 해답인데 현재로서는 그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없어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삼일로 창고극장이 시의 '미래유산'에 포함됐다고 밝혔지만, 실질적 지원은 없었다. 건물주는 미래유산 지정으로 재산권 행사가 제약되지 않을까 우려했고, 서울시의 미래유산 인증서를 받지 않았다.

서울시가 2012년부터 추진한 '미래유산'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는 서울의 유무형 유산 중에서 미래 세대에 전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미래유산'으로 선정해 보전하는 사업이다.

정 대표는 "삼일로 창고극장의 40년 '명동 시절'은 마감하지만, 앞으로도 그 명맥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며 "내년 2월 이후에 규모를 조금 키워 대학로로 가든지 아니면 지방으로 가든지 해서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이기도 한 정 대표는 "요즘 '문화가 국력'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창작기지 역할을 하는 소극장이야말로 문화의 기초체력"이라며 "요즘은 산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공연들은 자꾸 도태되고 대학로도 값싼 로맨스 공연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공공에서 기초예술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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