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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8일 06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28일 06시 46분 KST

남중국해 미국-중국 일촉즉발 대치 : 한국 정부는 어디로?

In this Tuesday, Nov. 11, 2014 photo, U.S. President Barack Obama, left, walks past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during a welcome ceremony for the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summit at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 in Yanqi Lake, Beijing, China. (AP Photo/Ng Han Guan)
ASSOCIATED PRESS
In this Tuesday, Nov. 11, 2014 photo, U.S. President Barack Obama, left, walks past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during a welcome ceremony for the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summit at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 in Yanqi Lake, Beijing, China. (AP Photo/Ng Han Guan)

아시아 역내 질서를 이끄는 양대 수퍼파워인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서다. 미국이 27일 해군 구축함을 중국이 현지에 건설 중인 인공섬 부근으로 보낸 것을 계기로 양국이 이제 말싸움을 넘어 '근육'을 쓰기 시작했다.

당장의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현지 상황은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국면이 조성돼 있다는 게 주요 외신과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라센함(DDG 82)은 난사군도의 수비환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 12해리(약 22.2㎞) 이내에서 72마일을 운항했고, 중국은 자국 군함을 보내 이를 바짝 뒤쫓으면서 사실상의 '추격전'을 펼쳤다.

china sea

더욱 큰 문제는 사태가 단순히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27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나와 "미군의 작전이 수주 또는 수개월간 계속될 것"이라며 사실상 작전의 '정례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만찬회동에서 서로의 우의를 다지는 건배사를 나눈 지 불과 한달 만에 양국 정상이 다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일단 미국이 군함을 중국의 인공섬 부근으로 보내는 '실력행사'를 한 것은 나름대로의 국제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인위적인 매립공사를 통해 조성한 인공섬 자체를 국제법적 개념의 '섬'(island)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해당 인공섬은 섬의 기본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암초'(reef)에 불과하다는 게 미국 측의 논리다.

설령 해당 인공섬을 국제법적으로 인정하더라도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무해통항'(無害通航·innocent passage)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해'가 연안으로부터 12해리 이내이지만 '공해'로 설정된 수역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해양에서 '국제적 질서와 기준'을 확립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해군이 지난 9월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 중이던 알래스카 주 반경 12해리 이내에 군함 5척을 진입시킨 것도 미국에게는 또 다른 명분이다.

obama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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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중국은 남중국해가 역사적으로 자국의 영유권이 미치는 곳으로, 사전 허가 없이 해당 수역을 항행하는 것은 '주권침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달 25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예로부터 남중국해의 섬들은 중국의 영토"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영토적 권리와 합법적이고 정당한 해양의 권익을 보전할 권리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이다.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해상에서 무해통항권이 인정되지만, 이는 '상선'(商船)에 해당되는 것이지 '군함'(軍艦)은 적용대상이 아니라며 중국 측의 손을 들어주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주목할 대목은 양국의 이 같은 대립이 단순히 해당 인공섬을 둘러싼 영유권 논란 차원을 넘어 남중국해, 나아가 아시아 전체를 둘러싼 패권 다툼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특히 남중국해는 그 자체로 미·중 양국에게 경제적 전략가치가 매우 심대하다는 분석에서다. 한해 4만여 척의 선박이 통과하며 세계 해상 물동량의 3분의 1이 거쳐 가는 세계 두 번째 무역항로인데다, 페르시아-인도양-말라카해협-남중국해-동중국해-일본 열도로 이어지는 거대한 오일루트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석유 수입량의 80%, 한·일 석유 수입량의 90% 이상이 운송되는 해상 길목이라는 점에서 이곳을 누가 선점하느냐는 양국 패권경쟁의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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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힘겨루기를 둘러싼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역내 국가들이 어떤 전략적 입장을 취하느냐이다. 앞으로 이들 각국이 다뤄나갈 G2(주요 2개국) 외교의 향방을 읽게끔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당장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당사국인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브루나이는 미국의 '실력행사'를 환영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아니지만,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대립하고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은 일본 역시 적극적 지지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안보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중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다.

동남아 최대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26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항행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긴장조성 행위를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굳건한 동맹체제를 갖추고 있으면서 중국과는 경제협력 관계가 깊은 한국은 아직 기존 입장에서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항행의 자유'라는 국제법 원칙을 준수하고 역내 국가들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사태를 놓고 한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달라고 압박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규범과 기준을 지키는 데 실패할 경우 한국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내달라(speak out)"고 주문한 바 있다.

당장은 미국 정부로부터 직접적 요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따라 그 파장이 한국으로 번져올 수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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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ace to Control the South China Sea -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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