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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2일 13시 59분 KST

변협 "검사평가제" 시행 vs 검찰 "공정한 수사에 장애 우려"

한겨레

변호사들이 검사의 직무 수행을 평가하기로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찰 권력의 부당한 독주를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1일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성명서를 게재했다. 성명서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애석하게도 2015년 현재 검찰은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수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부터 금년 6월까지 검찰수사 중 자살한 사람이 모두 100명에 달하고 금년 상반기에만 15명의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엄혹한 현실이 이를 말한다.

우리나라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은 폐쇄적인데다, 기소독점주의⋅기소편의주의⋅검사동일체원칙 등에서 비롯된 검사의 광범위한 기소재량권 남용으로 인해 피의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가 있거나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다.

이것이 검사가 국민으로부터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다. 기본적 인권을 옹호할 사명을 지닌 변호사는 검찰권 행사의 적정성을 정확히 평가하고 검찰 권력의 부당한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성명서, 10월21일)

협회가 사법사상 최초로 검사평가제를 시행하는 것은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소독점주의란 검찰이 형사피의자에 대해 사법적으로 기소할 권한을 독점한다는 것인데, 검찰의 기소 권한이 부분적으로 제한돼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은 유일하게 검찰이 기소 독점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2014년 8월11일 보도에 따르면 김하중 전남대 교수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독일식 기소법정주의를 통해 검찰의 기소재량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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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하창우 회장은 변호사협회장 출마 당시부터 이를 공약으로 해왔다. 하 회장이 21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변호사들의 검사평가 방식은 다음과 같다.

회원들로부터 올해 1∼12월 형사사건 담당검사 평가표를 모은 뒤 내년 1월께 우수검사·하위검사를 선정하고 우수검사의 명단은 일반에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하위검사는 명단 대외 공표 대신 개인과 검찰 측에 통지하되 그 사례를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우수검사와 하위검사는 서울은 약 10명씩, 지방은 5명 수준으로 선정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10월21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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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검찰과 항상 맞서야 하는 변호사의 업무적 특성상 객관적인 평가가 애초에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여나 변호사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검찰 측 이야기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

"수사소송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검사를 평가하는 것이 과연 객관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정한 수사나 부패척결 업무에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변호사가 검사를 평가하는 제도는 없는 것으로 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

"평가가 객관성을 가지기도 어렵고 전체 검사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억울한 사람이 발생할 것" (10월21일, 연합뉴스)

변협은 검사들의 반발에도 '검사평가제'를 시행하는 것은 검사들의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A 변호사는 사건 의뢰인인 피의자와 함께 검찰 수사에 동석했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수사기관의 위압적 분위기에 당황한 피의자가 횡설수설하기 시작해 그 부분을 지적했더니, 검사가 "변호사님도 똑같이 조사를 받는 수가 있다"라며 제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 B 변호사는 "검사가 자신들의 규정을 언급하며 '자꾸 수사 중에 끼어들면 나가시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놔 매우 불쾌했고 피의자를 도와주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내일신문, 10월22일)

대한변협신문 9월25일 보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국 회원 중 1912명(회신율 11.95%)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피의자 신문에 동석한 변호사 1466명 중 절반 가량인 48.8%가 수사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한변협신문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답변자의 경우(중복응답 가능),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한 이의제기 등 변호인의 의견진술을 제지함이 56.6%(405명)로 가장 높았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강압적인 행동 또는 월권행위가 46.5%(333명), 피의자신문 내용의 메모 금지가 45.1%(323명)로 뒤를 이었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22일 발표한 논평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권의 적정한 행사, 사건 관계자에 대한 차별적인 언행, 변호권의 침해 여부,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하여도 평가 받아야 하며 수사, 재판 과정에서의 힘의 불균형을 견제하고 투명한 직무처리를 통한 검찰 신뢰의 제고를 위해서라도 검사평가제는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민변 논평, 10월22일)

이하는 대한변호사협회 성명 전문이다.

성 명 서

- 사법사상 최초 '검사평가제' 시행 -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의 지휘·감독,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재판집행의 지휘·감독 등 막강한 직무권한을 가진다.

위 직무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기 위해 검사는 해박한 법률지식은 물론 주어진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검사는 양심을 바탕으로 법률을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므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인격을 지녀야 한다.

검사에게 가장 크게 요구되는 자질은 인권옹호 의식이다. 검사가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망각하고 피의자나 참고인을 억압할 경우 이들은 저항할 수 없는 폭력에 시달리게 된다. 때문에 검사는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함에 있어 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다. 검사는 그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단 한 순간도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사가 진실과 정의를 추구한다는 명분하에 개인의 영달과 조직이기주의에 따를 경우 그 순간 검사는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인권의 침해자로 전락하고 만다.

애석하게도 2015년 현재 검찰은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수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부터 금년 6월까지 검찰수사 중 자살한 사람이 모두 100명에 달하고 금년 상반기에만 15명의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엄혹한 현실이 이를 말한다.

우리나라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은 폐쇄적인데다, 기소독점주의⋅기소편의주의⋅검사동일체원칙 등에서 비롯된 검사의 광범위한 기소재량권 남용으로 인해 피의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가 있거나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다.

이것이 검사가 국민으로부터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다. 기본적 인권을 옹호할 사명을 지닌 변호사는 검찰권 행사의 적정성을 정확히 평가하고 검찰 권력의 부당한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

이에 오늘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중대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사법사상 최초로 변호사가 검사를 직접 평가하는 ‘검사평가제’를 시행한다. 적법한 수사절차를 지키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이용하여 국민을 억압하는 검사가 있다면 비난받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법적 절차를 준수하며 공명하고 정대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는 마땅히 칭찬받을 것이다. 앞으로 변호사는 수사와 공판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검사의 인권의식, 적법절차 준수 여부, 업무처리 능력, 검사로서의 자질 등을 평가할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그 결과를 취합하여 ‘우수검사’와 ‘하위검사’를 선정하여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인사자료로 전달할 것이다.

검사평가제는 피의자와 참고인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의 인권보호를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 시대의 준엄한 요청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사평가제를 통해 인권의식을 바탕으로 직무를 훌륭히 수행하는 검사를 널리 알리고 그렇지 않은 검사를 경계함으로써 더 이상 일부 검사에 의해 정의가 훼손되거나 인권이 유린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권은 개혁에 의해 진보해 왔다. 우리는 검사평가제가 훗날 대한민국 인권사에 한 획을 그은 의미 있는 개혁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

2015. 10. 21.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하창우

다음은 민변의 검사평가제 시행 환영 논평이다.

검사평가제의 시행을 환영한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가 어제(21일)부터 검사평가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피의자 및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수사 및 공판 과정에 직접 관여한 변호사가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를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기도 전에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검사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우리 법은 기소독점주의ㆍ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검사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검사의 기소에 대한 재량권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수사의 밀행성으로 인해서 표적수사, 편파수사가 행해지거나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나 변호인을 비롯하여 피해자, 참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더라도 그러한 사실 자체를 입증해서 적절한 구제를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찰수사 중 자살한 사람이 모두 100명에 달하고 올해 상반기에만 15명의 피의자가 자살했다는 언론 보도는 어떠한 행태로든 반 인권적인 수사가 자행되고 있다는 반증이며,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를 바탕으로 하는 검사평가는 직접 수사 과정을 지켜 본 변호사가 가장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한변협이 회원들을 상대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 참여권의 실태에 관해서 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8.8%(716명)가 변호인 참여시 수사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검찰사건사무규칙은 검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하여 변호인 참여권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권의 적정한 행사, 사건 관계자에 대한 차별적인 언행, 변호권의 침해 여부,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하여도 평가 받아야 하며 수사, 재판 과정에서의 힘의 불균형을 견제하고 투명한 직무처리를 통한 검찰 신뢰의 제고를 위해서라도 검사평가제는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법관평가제를 도입할 때에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에 대한 우려는 있었으나 현재 법관평가제는 민주적인 법정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사평가제가 앞으로 피의자. 피고인의 권리보호와 사법 신뢰 회복의 단초가 되기를 희망하며 검찰과 법무부는 평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여 검찰 인사에 적극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2015. 10. 2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