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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7일 08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17일 08시 47분 KST

유승민 " 저를 좌파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16일 밤 대구 중구 계산성당. 본당 700여석이 사람들로 꽉 찼다. 박수와 환호 속에 등장한 이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다. 그는 성당이 주최한 ‘대구의 미래를 위한 열린 특강’ 강연자로 나서 ‘대구, 개혁의 중심이 되자’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지난 7월 원내대표에서 찍어내듯 축출된 뒤 숨을 죽여온 유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티케이(TK)발 진정한 보수 개혁’을 강조했다. “제가 요즘 시련을 겪고 있다”는 뼈있는 말을 건넨 그는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스스로 최선을 다해 정치에 참여해 통치자들이 제대로 다스리게 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유 의원은 “늘 우리는 대통령을 배출한 것으로 권력을 잡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 기득권이라 생각하고 그걸 지키려 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보수화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 대구·경북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프라이드가 크다. 저도 그렇다. 그 분의 따님도 대구·경북이 배출한 대통령이 됐다. 대구·경북은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정치를 해왔다”는 원내대표 사퇴 회견문을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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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6일 밤 대구 중구 계산성당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본당 700여석이 사람들로 꽉 찼다.

대구 한 복판에서 나온 유 의원의 ‘보수 개혁’ 발언을 두고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잦은 말바꾸기와 ‘청와대 저자세’에 대한 실망감 속에 유 의원에게 ‘비박근혜계 구심점’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유 의원의 강연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기자 20여명이 대구로 내려가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한 유 의원은 현안과 관련한 무게있는 언급은 삼가하면서도 ‘경선룰’과 관련해 “국민 참여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 등 친박근혜계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래는 강연이 끝난 뒤 청중과의 일문일답이다.  

-대구에서 개혁을 얘기하면 좌파라고 한다. 유승민도 좌파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조그만 방촌시장에서 나물 뜯어와 비닐 하나 펴놓고 난전하시는 분들은 전부 새누리당이다. 그분들을 위해서 우리 새누리당이 무슨 일을 했느냐? 펑펑 쓰자는 것은 아니다. 양극화 해결하는 복지를 하면 그게 왜 좌파인가? 저는 좌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좌파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저는 정통 보수다. 민생 문제는 중도개혁으로 가야한다. 너무 오른쪽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주장에 대해 갈수록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좌파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웃음)

-유승민이 노력하지만 차기 공천을 못 받게 되면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이 너무 어려워서 답변을 못하겠다.(박수) 경선에 참여하면 공천을 받으리라 100% 확신한다. 안 되면 다음에 말씀드리겠다.

-대구·경북에서 또 다시 대통령을 배출할 인물이 있다고 생각하나? 차기나 차차기 대선출마 가능성은?(박수)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도 궁금하다.

=앞의 질문은 도저히 답 못드리겠다. 두 번째만 답하겠다. 박 대통령과는 12년 넘게 인연이 있다. 성당에서는 거짓말 안 한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사람이다. 저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 교체를 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거치면서 대선을 이기는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기고 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게 몇 배나 더 어렵고 몇 배나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좀 까칠하다. 말할 때 덜 굽힌다거나 매너가 좀 부족하거나 거칠 수 있는데, 정말 성공한 대통령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대통령께서 외국 나가 계시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