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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4일 11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14일 11시 28분 KST

대통령과 뉴라이트 학계의 연결고리: 이인호 KBS 이사장

한겨레

역사 교과서의 국정 체제로의 전환은, 이른바 ‘뉴라이트’ 세력의 10여년에 걸친 집요한 ‘역사 전쟁’의 결과물이다. 일제가 우리나라 근대화의 초석을 놓았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시발점으로 하는 뉴라이트 운동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화·세력화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결국 교과서 국정화라는 ‘결실’을 맺었다.

사회의 전반적 보수화를 통해 장기집권을 노리는 보수진영의 욕망과 ‘아버지 명예회복’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집착이 뉴라이트라는 폭주기관차에 엔진을 달아준 것이다.

전쟁의 기원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출범한 ‘교과서포럼’은 “자학사관이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지적 흐름을 바꾸겠다”며 학교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검인정 교과서를 ‘좌편향 교과서’로 규정하고 나섰다.

교과서포럼이 대표하는 뉴라이트 사관은 일본이 근대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정부수립=건국론’,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부흥의 기적을 이뤘다는 ‘산업화론’의 세 덩어리로 집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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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1일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런 역사 인식을 담아 2008년 내놓은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이하 <대안교과서>)는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서술하고 5·16 쿠데타를 미화해 큰 논란을 샀다. 아울러 교과서포럼은 기존의 고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6종의 내용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고 이명박 정부는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2011년 교과서포럼의 핵심인물들이 주축이 돼 발족한 한국현대사학회는 한발 더 나아가 개정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고치는 등 뉴라이트 사관을 덧입히는 데 성공한다. 역사학계에서 극히 ‘소수’에 불과했던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주장에 본격적인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한국학대학원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이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구실을 맡았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뉴라이트 세력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한국 근현대사를 독립운동사, 민주화운동의 흐름으로 보는 헌법 이념을 부정하고 친일·독재 세력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복원시켰다”고 짚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뉴라이트 역사학계의 전략은 한층 노골화된다. 박 대통령은 의원 시절 2008년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가 출판됐을 때 출판기념회를 찾아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고 적극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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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3일 국민원로와 오찬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인호 전 서울대 교수 옆에 앉아있다.

이 과정에서 교과서포럼과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을 맡았던 이인호 현 <한국방송> 이사장(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이 뉴라이트 학계와 박 대통령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뒤 보수 역사학계 원로들을 모아 회의를 할 때 보면, 이 이사장이 대통령 옆자리를 맡아왔다”고 전했다.

2013년 권희영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이 주도해 집필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발행된다. 이 교과서는 ‘우편향’ 여부를 떠나 기본적 사실 기술부터 오류투성이라는 역사학계의 비판에 직면했음에도 교육부 검정을 통과했다.

하지만 채택률 0%대라는 굴욕을 겪자 2014년 1월 교육부는 곧바로 “편수조직을 설치해 교과서 검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다. 새누리당이 국정 교과서 도입에 군불을 때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10년을 경주한 ‘보수 교과서 만들기 프로젝트’가 결국 12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로 결론지어진 셈이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보수진영에선 일본의 자민당처럼 ‘50년 가는 우파정권’을 꿈꾼다.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젊은층의 보수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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