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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1일 06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11일 07시 28분 KST

23년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본 '국정교과서' 논란

연합뉴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이 커지면서 23년 전인 1992년 헌법재판소가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내놓은 결정문(링크)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헌재가 당시 중학교 국어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을 합헌으로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진보 역사학계와 야당 등은 헌재가 국정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 특히 국사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부분에 무게를 두고 있다.

◇ 국어 교과서 국정화 정당성 해석…"국가 관여 부득이한 때 있어"

11일 헌재에 따르면 당시 심리한 사건은 국어교사 모임을 꾸리며 새로운 교과서를 연구했던 중학교 국어교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이다. 청구인은 교육법과 대통령령에서 중학교 국어교과서를 1종도서로 정해 교육부가 저작, 발행, 공급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교육의 중립성과 자주성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국정 발행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민의 수학권과 교사의 수업의 자유는 다 같이 보호돼야 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국민의 수학권이 더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수학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학년과 학과에 따라 어떤 교과서는 자유발행제로 하는 것이 온당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 경우 국가가 관여할 수밖에 없으며, 관여할 헌법적 근거도 있다"고 밝혔다.

국정제가 오히려 교육의 자주성이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고도 봤다.

특정 교과서는 만드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수요는 적어 누구도 집필하려 하지 않을 수 있고, 사인에게 맡기면 연구가 충실히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국정화가 필요한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학교 가정과 농업, 공업, 상업, 수산업, 가사는 국가가 교과서 저작·발행을 책임지는 게 국민의 수학권 실현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당시 이들 과목의 교과서는 1종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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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와 (사)월드피스자유연합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세종로 네거리 원표공원에서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4대개혁의 교육개혁의 필수사업'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문법과 맞춤법, 표준어에 관한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고 대학 등의 고급 인력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자유발행제보다 부실하다 할 수 없으며 교재비 감소, 교육평준화 실현 등의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국정제가 바람직한지는 헌법이 지향하는 교육이념과 국내외의 제반교육여건, 특히 남북긴장관계가 지속되는 현실 여건에 비춰 교과목의 종류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 "국정교과서 발행은 최소화해야"…국정 문제점도 지적

헌재는 국어 교과서의 국정화를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결정문에서 국정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정교과서 발행은 학년과 학과에 따라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우선 국정교과서 제도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획일화·정형화하기 쉽고 다양한 사고방식 개발을 억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서를 국가가 독점하면 교과서에 수록된 것은 무조건 정당하다는 전제가 성립되고 그 외에는 모두 배척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또 "새로운 상황변화가 생기더라도 기존의 결정사항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선호하는 공직사회의 풍토 때문에 교과서 내용을 수정·혁신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행정부가 필요 이상의 교과서 통제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어 고위관료나 정치가의 견해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경우에는 교과서 내용의 경직성을 극복하기가 더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이어 국가가 교과서를 독점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에 모순되고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며,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이뤄지기도 쉽다고 밝혔다.

◇ "국사는 설득력 있으면 다양한 견해 소개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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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왼쪽)가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자료제출 등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국정제가 위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제도냐의 문제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 검·인정제 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정제를 채택하고 있더라도 교과내용의 다양성과 학생들의 지식습득 폭을 넓히려면 반드시 하나의 교과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헌법소원 판단 대상이 아니었던 국사 과목도 언급했다.

헌재는 "교과서의 내용에도 학설의 대립이 있고, 어느 한쪽의 학설을 택하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경우, 예컨대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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