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5년 10월 07일 08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07일 10시 10분 KST

'CSI 과학수사대'가 15년 만에 종영했다

21세기의 수사반장이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9월29일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의 마지막 시즌 최종화가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방영되었다. 성대한 송별식이니 범인도 최선을 다했다. 세뇌된 인간 폭탄들로 카지노·학교·아파트를 연이어 폭파시키려 했다. 수사대는 그리섬, 캐서린 등 역대 반장들과 브래스 경감까지 불러들여 이에 맞섰다. 유력한 용의자는 과거 그리섬 반장과 썸이 오고 갔던 레이디 헤더. 전부인인 세라가 참을 수 없었고, 범죄와 연애의 삼각관계가 함께 터졌다. 역시나 피와 폭탄과 주검이 낭자한 뒤, 역대 반장들의 팀워크로 사건은 해결되었다. 그리섬이 세라의 손을 잡고 바다로 떠나며 미드의 한 역사가 끝났다.

“이 쇼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CSI의 제작자이자 파일럿과 피날레의 작가인 앤서니 자이커는 이렇게 말한다. 그 자신이 가장 큰 증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시급 8달러짜리 트램 운전사가 처음으로 쓴 TV 드라마 대본이 흥행사 제리 브룩하이머의 눈에 들었다. 미국 CBS TV를 통해 2000년부터 시작된 이 드라마는 곧 시청률 톱의 자리에 올랐고 회당 시청자 2천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하는 본편 이외에 ‘CSI 마이애미’, ‘CSI 뉴욕’을 연이어 성공시켰고, 전세계 20억 명 이상의 시청자를 만났다. CSI는 지난 15년 동안 세계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지형도까지 바꿔놓았다.

CSI 이전의 미국 드라마는 <프렌즈><윌 앤 그레이스><섹스 앤 더 시티> 등의 시트콤이 주도했다. 그러나 CSI가 ‘과학수사’라는 테마로 범죄수사 드라마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이어 <본즈> 등 과학수사 드라마가 쏟아져나왔고,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콜드 케이스> 등 여러 테마의 수사 드라마가 채널을 장악했다. 와 수사관들의 전성기는 미드의 세계 침공 시기와 겹쳐져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BBC에서는 과학적 추리의 원조 격인 <셜록>을 부활시켰고, 한국에서는 <신의 퀴즈><싸인><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등의 과학 수사물을 앞다퉈 내놓게 되었다.

asd

그리섬 반장은 말한다. “누군가 우리를 만난다면 그의 인생 최악의 날이다.” 보통의 범죄 드라마는 형사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CSI의 주인공은 검시관, 곤충, 혈흔, 섬유 전문가 같은 과학자들이다. 그들은 인생 최악의 날을 맞은 그 누군가를 위해 실험실에서 최선을 다한다. 반쪽짜리 지문, 머리카락 하나, 구더기 몇 마리… 2천 구 이상의 주검을 다뤄온 그리섬 반장과 팀원들은 극미량의 증거로도 빠져나갈 수 없는 감옥을 만들어낸다. 과학은 이처럼 훌륭하지만 따분한 일이다. CSI의 성공 비결은 이런 범죄 분석의 현장을 놀이동산처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독극물이 내장을 타고 들어가는 장면은 롤러코스터 같고, 사방으로 퍼진 핏자국의 방향을 추적하는 장면은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 최종화에서는 그리섬이 염력을 쓰듯 폭파 현장의 증거물들을 상상 속에서 끼워맞춘다.

CSI의 무대가 되는 대도시에서는 돈과 탐욕이 범죄를 쏟아낸다. 거짓이 거짓을 덮어버리고 시민들은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CSI는 말한다.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때 우리는 일상의 무력함으로부터 잠시 탈출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수사의 위력을 알아버린 우리는 그 때문에 되레 허탈해지기도 한다.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이 도피 중에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런데 너무 부패돼 사망 시점도 원인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컴퓨터 법의학이라는 디지털 포렌식 수사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논란에선 어떤 솜씨를 보여주었는지 모르겠다. 이 무력함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