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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05일 05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0월 05일 05시 55분 KST

'급식비리' 알리려 직접 나선 충암고 학생들(사진)

지난 4월 교감의 ‘급식비 막말’로 파문을 빚었던 서울 충암고에서 교장과 행정실장 등 학교 관계자들이 최소 4억원이 넘는 급식비를 가로채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월부터 충암중·고교의 급식 운영과 관련해 감사를 벌인 결과 해당 학교가 가짜로 급식 운반용역 계약을 맺은 것처럼 꾸미거나 식재료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2011년부터 모두 4억1035만원의 급식비를 횡령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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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 앞에서 법·사회학 동아리 학생들이 충암고 급식비리를 다룬 기사를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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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충암고 전 교장 ㅂ씨(현 충암중 교장)와 충암학원 전 이사장의 아들이자 충암중·고교 행정실장인 ㅇ씨, 용역업체 직원 등 18명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하고 학교법인에 ㅂ교장과 ㅇ행정실장의 파면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급식비를 안 냈으면 밥을 먹지 말라’던 충암고 교감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시 이 학교 교장은 ‘급식비 체납으로 급식의 질이 떨어진다’고 해명했지만 감사 결과대로라면 학교가 돈을 빼돌린 탓에 부실 급식이 제공돼온 셈이다.

감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충암중·고교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식재료를 검수한 뒤 쌀, 김치 등 일부 식재료의 30%가량을 오전에 미리 빼놨다가 학교 밖으로 실어 나르는 등의 방법으로 1억5367만원의 급식비를 빼돌려온 혐의를 받고 있다. 4년 동안 무단 반출한 쌀의 규모는 20㎏짜리 2320포(9280만원)에 이르는 걸로 추정된다. 감사에서 한 조리원은 “어떤 날은 식재료를 너무 많이 빼서 국거리가 모자라 조리가 안 될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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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고 전경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 정도의 조리도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2011~2014년 이 학교는 2301통의 식용유를 사들였지만 사용 뒤 매각한 폐식용유의 양은 252통으로 폐유 비율이 10.9%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학교들이 보통 30~40%의 폐유를 매각하는 것에 견줘 터무니없이 적다. 서울시교육청은 “식용유를 구입한 뒤 무단 반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복수의 조리원들은 “식용유는 적어도 2~4회, 심한 경우 검게 변할 때까지 반복 사용했다. 구입한 식용유 일부는 다른 식재료들과 함께 외부로 반출됐다”고 증언했다.

급식을 조리실에서 각 교실까지 운반하는 용역을 특정 업체에 맡긴 뒤 배송인력과 근무일지 등을 조작해 2억5668만원의 용역비를 빼돌린 의혹도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학교에서 채용한 조리원과 업체의 배송원이 섞여서 배송 업무를 수행하고, 배송인원을 부풀렸다”고 결론냈다.

시교육청은 “충암학원은 2011년 특별감사에서도 비리가 적발돼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특별교부금 중단 등의 조처를 취한 바 있다.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대해 충암고 쪽은 “식재료비 등은 해마다 달라지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증감이 있는 게 당연하다. 조리원이 배송을 도운 것은 상부상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