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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8일 06시 50분 KST

대구야구장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OSEN

삼성라이온즈 이승엽이 56호 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고 그 볼을 잡기 위한 '잠자리채'가 가득찼던 곳.

68년 동안 수많은 관중이 웃고 울고 야구도시 심장 역할을 한 '대구시민야구장'이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삼성라이온즈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동시에 제패하는 통합 4연패를 이룬 터전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이곳에는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삼성라이온즈는 올시즌을 끝으로 북구 고성동 시민야구장을 떠나 수성구 연호동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로 홈구장을 옮긴다.

수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이곳을 되짚어본다.

◇ 야도(野都) 심장 역사

1948년 4월 20일 문을 연 대구시민야구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이다.

7천605㎡(지상 3층) 규모로 좌석 수는 9천25개다. 최대 수용 인원은 1만명이다.

개장 당시 좌석이 없어 관중은 모래 위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조명시설도 갖추지 않아 야간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프로야구 출범을 앞두고 1975년부터 7년간 본부석을 증축하고 외야를 확장했다. 이때 외야 펜스를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1995년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 현대식 구장으로 발돋움했다. 국내 최초로 컬러 전광판이 들어서고 인조 잔디가 깔렸다. 그 결과 이 시즌에 구장 역대 최다 관중인 62만 3천 970명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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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되는 대구 야구장

그러나 1998년 라이온즈 신인이던 강동우 선수가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혀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열악한 시설에 따른 선수들 부상 방지를 위해 이듬해 외야 펜스를 교체했다.

2002년에는 15억을 들여 전광판, 관중석, 인조잔디를 바꿔 이번 시즌까지 쓰고 있다.

2000년 중반부터 낡고 불편한 시민야구장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2006년 시설물 안전 진단에서 붕괴우려 등급인 'E등급'을 맞았지만 철제 빔을 덧대고 해마다 보수하는 등 임시 방편으로 야구장을 사용했다.

◇ 그동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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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구장 앞에서 불타버린 해태 구단 버스

68년간 대구시민과 함께한 시민야구장에는 긴 역사 만큼이나 크고 작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

삼성라이온즈가 해태타이거즈와 치열한 경쟁을 펼친 1986년 10월 22일 해태구단 버스에 불이 났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6으로 역전패한 것에 화가 난 삼성 팬이 45인승 리무진 버스에 불을 지른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날 4차전 경기는 평소보다 4배 많은 경찰 병력이 투입돼 긴장된 분위기 속에 열렸다.

낡은 구장 때문에 웃지못할 일도 생겼다. 2011년 4월 16일 삼성과 두산 경기에서 전광판, 조명탑 등 시설에 전기가 끊겼다.

같은해 8월 12일 오승환이 200세이브 세계 신기록을 기념하는 불꽃놀이 도중 전광판에 불이 붙어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 프로야구 스타 산실

시민야구장은 프로야구 개막으로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1982년 2월 창단한 삼성라이온즈는 당시 22명의 선수단을 꾸리고 이곳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삼성라이온즈는 구단을 대표했던 이만수(22번)와 양준혁(10번)의 등번호를 2004년과 2010년 영구결번으로 확정했다.

포수 이만수는 1984년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트리플크라운(타격왕·홈런1위·타점1위)을 기록했다. 1986년 9월 2일 시민야구장에서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통산 100호 홈런을 날리는 등 모두 252개 홈런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양준혁은 18년 동안 최다안타, 최다타점, 최다루타, 최다득점 등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우며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시민운동장에서 태어난 스타 중 스타는 '라이언킹' 이승엽이다. 1995년 입단한 그는 2003년 10월 2일 이곳에서 56호 홈런을 쏴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며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섰다.

이날 이승엽의 56호볼을 잡기 위해 관중들이 들고 온 '잠자리채'로 가득 찼다.

이승엽은 지난 6월 400호 홈런을 치는 등 통산 416개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타격의 달인 장효조, 야구대통령 류중일, 그라운드 신사 김시진 등 국내 프로야구를 이끈 스타들이 시민야구장에서 열정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