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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6일 20시 13분 KST

[인터뷰] 패션브랜드 ‘RAWROW'의 이의현 대표, "삶을 가볍게 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

목표는 있지만, 목적이 없는 삶.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가 어느 날 인생을 뒤돌아보니 그랬다.

‘부자가 될 거야’, ‘성공할 거야’, ‘잘 나갈 거야’, ‘큰 집을 살 거야’라는 원대한 목표로 부단히 달렸던 20대의 그였다.

최연소 타이틀을 달면서 승진했고, 또래보다 돈도 많이 벌었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스물아홉 해에 제동이 걸렸다.

회사에서 그에게 큰 프로젝트를 맡곁는데, 성과가 좋지 못했던 것. 그 멈춤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 하라 켄야에게서 영감을 받고, 디터 람스의 전시회에서 전율을 느낀 그의 길은 빛이 났다.

지속 가능한, 절제하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으로 말이.

‘로우로우(RAWROW, 본질의 반복)’라는 패션 인디 브랜드 위에 목적이 가득해진 그의 삶을 60년된 낡은 주택에서 들여다 봤다.

글. 박태연 월간 '아이엠'(IM) 편집장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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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로우로우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다시 물으면, 로우로우를 왜 설립했는가.

이의현 어렸을 때부터 창업이 꿈이었다. 그리고 ‘브랜드’를 좋아했다. 학창 시절에 내 또래 남자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나이키, 리바이스, 폴로였는데, 나도 용돈 모아서 그 브랜드들의 제품을 사곤 했다. 나는 이런 경험이 황홀했다. 사람들에게는 브랜드에 대한 판타지, 애착 같은 게 있지 않나. 신지도 않는 마이클 조던 운동화를 모으기도 하고. 그런 걸 경험하고 보며 나도 훗날에 이런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또 하나는, 나는 선대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데, 우리나라 제조업이 뛰어난 데 비해 평가절하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간이나 돈이 얼마나 들지 모르지만, 한국의 능력이 제대로 느껴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지퍼 하나에도 YKK라고 이름 붙여서 어떤 정신으로 만들었고, 이 지퍼가 어떻게 세상을 좋게 하는지를, 영국의 해리스트위드는 무엇을 위해서 이런 섬유를 만드는지를, 고어텍스는 어떤 삶을 위해서 이런 원단을 만드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었을 텐데, 전쟁이나 민주화 등 국가적·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표현하거나 명문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이룩한 근대화, 민주화 덕분에 지금 내가 굉장한 이득을 보고 있는 만큼,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했을 때 내 세대에서 해야 하는 일은 디자인이랑 브랜딩이더라. 이와 함께 이제 서양 브랜드 그만 좋아하고, 누군가가 좋아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IM 예전에는 화려하고 멋진 브랜드를 꿈꿨다면, 지금은 꾸밈없는 본질에 입각한 브랜드를 만들고 있으니, 브랜드 취향이 바뀐 셈이다. 좋은 브랜드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의현 거창할 수 있는데, R(RAW)이 R(RIGHT)이 될 수 있는 증거물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 일이다. 즉, ‘원형의’,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의’가 ‘정당한’, ‘합법적인’, ‘공평한’, ‘옳은’이 되게 하는 것이다. 가령 맛집에는 전단 붙이고, 쿠폰 뿌린다고 해서 가는 게 아니라 그 집 요리사가 육수, 양념 등 맛에 신경 쓰니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것이지 않나. 이처럼 좋은 제품을 만들면 그것 자체가 궁극의 브랜딩이자 마케팅이고, 옳은 일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걸 자꾸 잊는다. 나도 그렇다. 로우로우에 빗대어 설명하면, 우리는 따로 유명 모델을 통해 광고하지 않으니까 ‘자재를 모두 좋은 거로 썼고, 조금이라도 좋게 보이려고 이렇게 했고, 에너지와 비용, 시간을 제품에 다 쏟고 있다’는 걸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데, 그걸 사람들이 느끼고 공감한다. 이처럼 제품의 본질이 사람들에게 닿는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 그리고 옳은 디자인이라고 본다.

IM 이의현 대표가 말하는 옳은 디자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궁금한데.

이의현 예를 들면, 트렁크에 달린 바퀴는 정말 옳고 좋은 디자인이다. 또 하나를 들면,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소스가 잘 스며드는 마카로니도 옳은 디자인이다. 장식적인 요소가 아니라 삶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고, 편하게 하는 디자인이 내가 여기는 옳은 디자인이다.

IM 로우로우의 제품들은 옳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치나. 옳은 디자인의 기본이 본질을 찾는 것 아닐까.

이의현 옳은 디자인을 찾는 과정을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이라고 하더라. 알슈(R SHOE)를 만들 때는 신발의 문제에 무엇이 있는지 고민했다. 신발이 무거우면 발이 신발을 들고 다니는 거니까,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 땀, 냄새도 나고, 세균 문제도 있으니까 통풍이 잘돼야 한다. 사람마다 걸음걸이나 걷는 습관에 따라 발 모양이 다르고 심지어 그것 때문에 선호하는 신발이 있을 정도니까 해결이 필요하다.

그 고민의 증거물 중 하나가 신발이 우유 팩 한 개보다 가볍다는 것이다. 200g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리고 발 모양에 맞게 깔창 모양이 바뀌게 했다. 처음에는 빳빳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신발 주인의 발 모양에 맞게 바뀌는 원리인데, 우리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화된 가죽과 메모리폼을 찾았다.

또 하나는 보통 겉감, 안감이 있고 안이랑 바깥이랑 붙여서 봉제하는데, 알슈는 한 피스로 제작해 안감이 없고 마이크로 펀칭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통풍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멍이 있는데도 특수 코팅을 해서 비가 와도 물이 들어가지 않는 것 또한 특징이고. 우리는 앞서 언급한 것들이 신발이 해줘야만 하는 일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신발을 왜 신을까’부터 신발은 발이 아파서 신기 시작했을 것이고, 충격, 땀, 냄새로부터 맨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원초적인 접근이 있었다. 그렇게 찾은 신발의 본질이 ‘발을 위하여’, ‘신발다운 신발’이다. 우리한테는 이게 전부였다.

IM 로우로우의 대표 제품인 가방도 궁금하다.

이의현 처음에는 머리에 이고 다녔을 거고, 보자기, 지게 등 여러 형태로 변형됐을 거고, 무언가 불편하니까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면서 짐을 편하게 넣고 들 수 있게 하려고 가방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우리는 이에 맞춰 접근한다. 가방 역시 가방이 해줘야 하는 역할을 생각하며, 세 가지로 정의했다. 드는 것, 담는 것, 보호하는 것. 원래 로우로우에서는 뭐든지 시작할 때 개념 정리부터 한다.

담는 거니까 모세 이야기에서 나오는 요람의 모양에서 본을 떴고, 들기 편하게 손잡이를 크게 키웠다. 손잡이가 튼튼해야 하니까 통가죽을 썼고. 여기에 부드러워지면서 내 손에 점점 적응할 수 있게 화학적 가공을 전혀 하지 않은 가죽을 사용했다. 소재도 굉장히 로우(RAW)한 것이다. 우리는 제품의 요소와 소재 하나하나에 관해 물어봐도 모두 대답할 수 있다. 쓰임 하나하나를 고심해서 제작하는 편이라서. 그래서 우리끼리도 ‘이것이 좋다’가 아니라 ‘이래서 좋다’고 대답하자고 이야기한다.

IM 상당한 고민의 결과물인 로우로우 제품을 주로 어떤 사람들이 구매하는가.

이의현 우리는 메인 타깃을 새로 정의했다. 직장이 아닌 직업이 있는 사람들. 명함 없이도, 여든 살이 돼도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포토그래퍼, 요리사, 목수, 디자이너 등. 로우로우의 제품은 도구로서의 가방, 도구로서의 신발이다. 내 노트북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하게, 편하게, 무겁지 않게 이동시켜주는 도구 같은. 우리는 패션 아이템으로 보이길 원치 않는다.

IM 패션 브랜드가 패션 아이템으로 보이길 원치 않는다니, 역시 색다르다. 협업도 이색적이던데.

이의현 ‘협업다운 협업’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협업의 개념은 ‘나의 재능과 당신이 가진 재능이 서로 다르고, 이를 합치면 시너지가 나는 일’ 아닌가. 매번 제안만 받았는데 처음으로 우리가 협업을 제안했다. 로우로우와 실제로 매일 협업하고 있는 면목동의 공장 사장님이 그 주인공이었다. 약 25년 동안 지금까지 2천만 개의 가방, 120여 개 브랜드의 가방을 만들어온 그분의 존함 ‘김원학’이 가방에 모두 들어갔다. 그때 ‘로우로우가 지금까지 날고 기는 회사랑 협업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최고와 합니다’고 얘기해놨었고, 결과적으로 칭찬을 많이 받았다.

또 하나는, 세계 최초로 첫 고객과 협업한 것. 사업 초기에 가방을 직접 팔아보려고 플리마켓에 갔다. 다른 사람들은 싸게, 중고를 파는데 십만 원 넘는 가방을 듣보잡이 판다고 나선 거다. 그런데 그날 다 팔렸다. 당시 지나가다가 자기가 사고 싶었던 가방이라고 선뜻 현금 십만 원을 주고 산 친구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 우리가 홍대로 이사온 후, 그 친구가 이후에도 로우로우를 항상 지켜봤고, 정말 좋아하고, 가방 잘 쓰고 있다고 고맙다면서 놀러 왔다. 또 이후에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도 빵 사 들고 찾아왔다. 친구들 만나기도 바쁠 시간에, 월급 얼마 받는다고 빵을 사서 가방 회사에 들고 오다니…. 깊이 감동해서 그 친구 제대하는 날, 복학생인 그 친구의 사용성이나 착장에 맞는 가방을 만들어 선물했다.

그 가방 이름은 그 친구 이름을 따서 ‘민우’다. 지금 전 세계에 민우백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우리의 관점은 ‘크리에이티브는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거다’다. 일상생활 안에서 충분히 협업할 수 있고, 이벤트든, 프로젝트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명 디자이너랑 협업하는 건 로우로우의 필살기가 아니다. 우리 수준에 맞는 것을 하는 게 가장 로우(RAW)한 거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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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로우로우는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 중 온라인 스토어의 매출이 훨씬 높을 거 같은데, 실제로 어떠한가?

이의현 우리 같은 브랜드들은 원래 온라인 매출이 크다. 그런데 이상하게 로우로우는 오프라인 매출이 월등히 높다. 왜냐하면 광고를 따로 안 하니까 이미 로우로우를 아는 상태에서 찾아오고, 로우로우를 사려고 마음 먹고 오는 사람이 많다. 홍대 가게를 방문한 고객에게 어떻게 왔는지 물으면 90%는 친구가 추천했거나 친구가 메고 다니는 걸 보고 물어봐서 온 경우다. 지나가다가 들어오는 사람은 극히 적은데, 그들도 실제로 메보고 써보더니 가격 대비 괜찮다고 사가더라. 광장시장에 낸 매장도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반응이 좋다. 어차피 로우로우는 목적 구매가 큰 데다, 외국인 고객이 60% 정도 추가로 더 있고, 광장시장에서 우리 매장만 달라서 튀니까 지나가다 들어와서 많이 사더라.

IM 혹시 O2O 전략을 준비하고 있나.

이의현 요즘 말이 많이 나오는 O2O나 옴니채널 등에 대한 전략은 우리에게 필살기가 될 수 없다. 해당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모델을 우리가 만들 수 없으니까. 언젠가 여유가 되고, 그 분야에 대해 남다르고 새로운 생각을 발휘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그리고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는 원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가게에서 장사하는 것 말이다. 내가 스스로 가방장수라고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 나오는 말 중에 ‘온디맨드(On Demand)’는 한다. 온라인에서 사고 싶은데 어떤 점이 불편하다, 다른 곳은 해주는데 안 해주느냐. 이런 의견이 있으면 개선해서 반영한다. 이 외에는 딱 장사만, 물건 잘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고, 사람들이 잘 사 갈 수 있게 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IM 장사에 매진하는 로우로우, 그런데도 수출 활약이 대단하다.

이의현 참 감사한 일이다. 우리가 영어 보도자료를 해외에 내보내거나 해외에서 PR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돌아다니면서 로우로우를 많이 보나 보더라. 메일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현재 중국, 일본, 미국, 스위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1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회사 잘 다니다 그만두고 팔아보겠다는 사람도 있고. 매출, 성장 지표를 달성하는 것도 기쁘고 좋은데, ‘존경한다’, ‘사랑한다’는 편지나 피드백을 받을 때 희열을 느낀다. 우리는 가방 파는 장사꾼일 뿐인데

IM 이의현 대표는 처음에 말한 ‘누군가가 좋아하는 브랜드’, ‘한국의 능력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궁금하다. 로우로우는 ‘~다운 ~’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 ‘로우로우다운 로우로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의현 (한참 생각하더니) ‘변하지 않는 것’ 아닐까. 주변에서 로우로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따끔한 충고를 한다. 가장 와 닿는 것은 ‘돈 많이 벌고 회사가 커져도 초심은 변하지 않고 한결같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가슴 깊이 공감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서 다른 가치를 원한다 해도, 우리는 로우로우의 본질을 계속 지켜갈 것이다.

*이 기사는 월간 아이엠(IM)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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