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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5일 06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25일 06시 46분 KST

성균관 의례부장 '홍동백서 등 차례상 규칙 근거 없다'

연합뉴스

매년 추석이나 설이 되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차례상이다.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올해 차례상 한 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20만1천190원에 달한다고 한다. 형식도 골칫거리다. 제수를 배치하는 어려운 말은 입에 익지 않고 명절마다 나오는 '차례상 차리는 법' 기사를 봐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유교문화의 본산인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차례상을 차리는 데 언급되는 엄격한 규칙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균관에서 유교 전통 행사를 책임지는 박 의례부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차례라는 말 자체가 기본적인 음식으로 간소하게 예를 표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많은 분이 차례라고 하면 어떤 절차나 법칙이 있지 않느냐고 묻고는 합니다. 하지만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는 말은 어떠한 유학 서적에도 나오지 않는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책에도 그냥 과일을 올리라는 이야기만 나올 뿐이죠. 어떤 과일을 쓰라는 지시도 없습니다. 중국 문헌에는 바나나를 썼다는 기록까지 있습니다."

박 의례부장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 조상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여기는 인식에 대해서도 "잘못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형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차례상에는 신과 교접한다는 의미로 술이 반드시 올라야 한다. 술에 따라오는 안주인 고기도 필요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드실 밥과 국을 준비해야 하며, 나물도 준비해야 하고 후식으로 과일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종류별로 한두 가지만 올려도 예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박 의례부장의 설명이다.

"언론에서는 차례상을 차리는데 비용이 2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간소하게 올리면 비용도 얼마 들지 않습니다.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 올바른 예법입니다."

차례상에는 꼭 전통 음식만 올려야 하는 규범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차례 음식은 음복하는 겁니다. 요즘 세상에 사는 후손들이 하는 행사이니 요즘 시대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올려도 예에 맞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음식이 아닌 시기에 맞는 시물(時物)을 올리면 됩니다."

명절마다 제수를 준비하면서 생기는 가족 간 불화도 전통에 맞는 간소한 차례상을 차리면 생길 일도 없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명절은 여성에게 힘든 날이 됐습니다. 가정 불화도 생기는데 이는 옳지 않죠. 명절은 가족이 모두 모여 조상님을 생각하고 그분의 좋은 점을 기리며 결속력을 다지는 잔치판이라는 본래 모습으로 회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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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차례상의 의미가 변질한 것은 일제강점기에 말살된 전통문화를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되찾으려 하다가 생긴 오류라고 지적했다.

박 의례부장은 "사회가 안정되면서 옛 전통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알려준 사람도 없었기에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서 차례상을 올렸다""그러다 보니 올바른 예가 아닌 허례허식과 관습에 따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형식에 얽매이지는 않더라도 조상을 향한 효(孝) 정신만은 변치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교는 보수를 지향하고 변화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사실과는 다릅니다. 시대에 따라 바꿀 부분은 과감하게 바꾸는 사상이 유교입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한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차례를 지내도 예에 어긋남이 없는 것이죠. 하지만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은 내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인 효입니다. 이번 명절은 형식에서 벗어나 이 정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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