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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4일 10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24일 10시 55분 KST

5살 소녀, 교황에게 '그림편지'를 전달하다(사진, 동영상)

AP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리는 수많은 시민들이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몰 앞 거리를 메운 23일 낮, 5살 소녀 소피 크루즈는 자신의 키보다 높은 바리케이드와 길을 따라 늘어선 경찰과 경호원들 틈새에서 교황에게 달려갔다. 경찰관이 소녀를 제지했다. 돌아가는 듯했던 소녀는 다시 교황을 향해 몇발짝을 옮기다 이번엔 검은 양복의 경호원에게 가로막혔다. 그때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얀 ‘포프 모빌’ 밖으로 몸을 내밀며 행렬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소녀가 자신에게 올 수 있도록 손짓했다. 경호원은 소피를 번쩍 들어올려 교황의 품으로 데려갔다. 소녀는 교황을 끌어안았고, 교황은 소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소녀는 교황에게 준비해온 편지와 노란 티셔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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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가 그토록 교황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멕시코 뿌리를 가진 미국 시민이에요”라는 말로 소피는 자신의 편지를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마음이 슬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교황님이 대통령과 의회에 말해 우리 부모님을 합법화 시켜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난 매일 그들이 언젠가 부모님을 내게서 떼어갈까 두려워요.”

교황에게 전한 편지를 외운 소피는 <가디언>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편지를 낭독했다. 소피는 “나는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살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내가 행복할 권리도 있다고 믿어요. 또 날마다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빠처럼 모든 이민자들은 이 나라를 필요로 해요. 그들은 존엄을 지키며 살 자격이 있고요, 존중을 받으며 살 권리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소피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내 친구들과 나는 서로의 피부색이 어떻든 서로를 사랑해요”라고 쓰고, 밑에 교황과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있는 그림도 그려 함께 건넸다.

멕시코 와하카에서 건너와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소피의 부모는 둘 다 불법 이민자다. 미국에서 태어난 소피와 언니는 미국 시민이지만, 언제든 부모가 본국으로 송환될 수 있기 때문에 교황에게 자신의 상황을 전하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이 담대한 행동 뒤엔 어른들의 ‘계획’이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이민자 단체 ‘라 에르만다드’는 앞서 로마에서 비슷한 시도가 성공한 것을 보고 소피를 ‘전달자’로 선택했다. 미국으로 온 지 10년이 지난 아버지 라울은 단체의 계획에 딸이 참여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소피와 라울을 비롯해 이 단체는 교황이 24일 미 의회 연설에서 이민법 개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것을 기대하며 이번 ‘소피의 돌진’을 계획한 것이었다.

어른들의 도움과 독려가 있었지만 어떻게 5살짜리 소녀가 삼엄한 경비를 뚫고 교황에게 달려갈 용기를 냈냐고?

소피는 “신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어요”라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