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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3일 13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23일 13시 49분 KST

한국,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F-35 핵심 기술 이전 못 받는다

한국이 지난해 F-35A를 도입하면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이전받으려 했으나 미국 정부가 승인을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와 군당국은 국내 개발이나 유럽 등 제3국의 기술 지원 등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위사업청(방사청) 관계자는 22일 “지난해 9월 미국과 F-35A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절충교역으로 25건의 기술 이전을 추진했으나, 미국 정부가 21건의 기술을 제외한 4건의 기술에 대해 기술 보호 등을 이유로 수출 승인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 기술을 F-35A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이전받아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은 F-4, F-5 등 공군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F-16 수준의 미디엄급 전투기를 2025년까지 독자 개발하는 사업이다. 모두 120대를 생산할 계획으로 개발비와 양산 비용까지 모두 18조원이 소요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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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수출 승인을 거부한 기술은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 장비(EOTGP), 전자파 방해 장비를 각각 전투기 체계에 통합하는 기술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들 4개 장비 자체는 계획대로 국내 독자개발을 하거나 해외 기술협력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문제삼은 것은 이들 장비를 전투기 체계에 통합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수출 승인을 거부하는 이유는 안보상의 이유로 첨단 기술의 해외 이전을 막는 기술보호 정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과 군당국은 미국의 기술 이전이 없어도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경두 신임 공군 참모총장은 이날 국방위의 공군본부 국감에서 “미국이 문제의 기술 4건을 제공하지 않아도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이들 기술을 국내 개발하거나 유럽 등 제3국과의 기술협력으로 획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의 방사청 국감에서 “미국이 거절한 4개 기술을 유럽과 국제협력을 통해 획득하고 국내 기술도 활용할 것이다. 일부 기술은 많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22일 자료를 내어 전자광학 표적추적 장비와 전자파 방해 장비를 통합하는 2건의 기술에 대해 국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위상배열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의 통합 기술 2건은 유럽 등 해외의 기술협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사청의 계획대로 원만히 추진될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방위 공군본부 국감에서 “대부분의 핵심 장비가 미국 장비여서 미국의 협력 없이는 개발 리스크가 커질 뿐 아니라 우리가 개발하더라도 미국 장비와의 호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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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이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에 속수무책이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방사청이 지난해 F-35A 구매와 관련해 록히드마틴과 ‘절충교역 합의각서’(MOA)에 서명하면서 이들 4건의 기술 이전에 대해선 법적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무기를 살 때 반대급부로 외국 판매자에게 기술 이전이나 부품 역수출 등을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을 말한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애초부터 록히드마틴 쪽에서 이들 기술 4건의 제공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수출 승인을 거부한다’며 난색을 표시했다”며 “그래서 4건의 기술에 대해서는 세부 기술자료 제공 등 없이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을 전제조건으로 제공한다’는 선에서 서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비행제어 설계 등 21건의 기술과 달리 이들 4건의 기술 지원에 대해선, 미국 정부의 거부로 기술 이전이 안 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을 얻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별로 없었던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당에서도 나온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방위의 공군본부 국감에서 “지난 4월 우리 국방부 장관이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 말고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부재를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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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은 20%의 지분 투자를 약속한 인도네시아의 행보가 또다른 복병으로 거론되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한국형 전투기 공동 체계 개발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가 경제난을 겪으면서 애초 약속한 지분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이달 초 인도네시아가 경제난으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 참여를 철회할 뜻을 시사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인도네시아에 공식 확인한 결과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기존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올해 들어 루피아 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위기를 겪고 있어,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사업 참여 여부가 유동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도 노후 전투기 대체 수요가 있는 만큼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만약 인도네시아가 지분 투자 약속을 철회한다면, 정부의 투자 지분을 늘리거나, 주 사업자인 한국항공우주산업(카이)의 투자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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