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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2일 17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22일 17시 08분 KST

연차를 100일씩 못 쓰고 쌓아놓게 만드는 회사가 있다

Shutterstock / Sakonboon Sansri

“아파서 쉬려고 하면 윗사람이 싫어합니다. 팔을 깁스하거나 진단서를 낼 정도로 병이 나지 않으면 휴가 쓰기가 눈치 보이는 분위기에요. 입사 5년차인데, 쌓여 있는 연차휴가가 30일을 넘는 사람도 있고, 경력이 더 많은 직원은 쌓인 연차휴가가 100일이 넘는 사람들도 있어요.” 대한항공에서 공항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직원의 하소연이다.

대한항공이 업무 때문에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연말에 수당으로 보상하는 대신에 남은 연차휴가를 매년 이월시켜 사실상 퇴직 시점까지 쌓아두게 하고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대한항공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본사에 근무하는 지원업무부서 근무자들은 비교적 쉽게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있는 데 견줘, 스케줄에 따라 조별로 일하는 공항 근무자들은 연차휴가 사용이 쉽지 않은 실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수하물을 관리하는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항공사 업무특성상 공항 근무자들은 조별로 근무하는데, 한 명이 휴가로 빠지면 나머지 사람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관리자로서는 휴가자가 생기는 걸 탐탁지 않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해마다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가 계속 다음해로 이월되어 쌓이고 있다”며 “이렇게 쌓인 연차휴가는 퇴직하기 전에 사용하라는데 미사용 연차휴가 수당을 그때그때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korean airline

이처럼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해 그때그때 수당으로 주지 않고 퇴직할 때 한꺼번에 휴가를 쓰게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 쪽은 근로기준법 제60조 5항에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만큼, 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회사 쪽은 “근로자가 신청한 날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부여하되 사업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희망일에 휴가를 부여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휴가를 소멸시키지 않고 이월하여 주고 있으며,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적극적으로 쓰도록 각 부서 책임자에 대한 인사평가에 부서원 휴가 사용 현황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태영의 정회일 변호사는 “올해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해 수당을 주는 대신 다음해로 연차휴가를 이월시키는데 개별 근로자에게서 동의를 받지 않는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이런 연차휴가의 장기 이월에 대해 개별 근로자에게 동의서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사자간 합의가 아니라 사실상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 쪽 귀책사유로 제때 쓰지 못하고 계속 이월된 연차휴가에 대해 대한항공 직원들은 3년이 지나면 회사에 수당 지급을 청구할 수 없고, 퇴직 전에 쌓여있는 휴가를 무조건 쓸 수밖에 없는 불이익을 당한다. 미사용 연차휴가 수당은 임금채권에 해당해 소멸시효가 3년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