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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2일 16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22일 16시 59분 KST

하나은행, 전직원에 '청년펀드' 가입 지시

2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영업2부점에서 행원이 펀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영업2부점에서 행원이 펀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중은행 5곳이 청년희망펀드를 출시한 가운데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 전 직원을 상대로 펀드 가입을 지시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특히 청년희망펀드 가입 지시를 받은 대상에는 계약직 직원도 포함됐다. 정부가 청년 취업을 돕자는 취지로 도입한 청년희망펀드에 은행 직원들까지 사실상 반강제로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희망펀드는 가입하면 금액 제한 없이 자유롭게 납부할 수 있고, 원금과 수익금 모두 돌려받을 수 없는 기부금이다. 정부는 청년희망펀드로 모금한 기부금을 청년 일자리 사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청년희망펀드 방안을 제안하자 케이이비하나·케이비(KB)국민·우리·신한·농협은행이 21, 22일 곧장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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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청년희망펀드' 기부약정서에 서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케이이비하나은행은 이들 은행 5곳 가운데 21일 가장 먼저 상품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케이이비하나은행에서 청년희망펀드 1호 가입자로 등록했다. 하나은행은 22일(오후 4시 기준) 총 2만1670계좌를 통해 3억8031만8000원의 신탁을 받았다.

출시 이틀만에 빠르게 신탁 규모가 늘어난 데는 직원들의 동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케이이비하나은행 직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 은행의 각 영업점 지점장 등은 21일 오후 해당 지점의 직원들에게 구두 또는 전자우편으로 ‘내일 오전까지 1인당 1계좌씩 청년희망펀드를 신규 가입하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금액은 제한이 없으며, 전체 직원이 신규 가입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케이이비하나은행의 직원은 1만5천여명에 이른다.

케이이비하나은행은 각 사업본부와 영업점별로 자사 직원들의 청년희망펀드 가입률을 집계·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영업점에선 지점장이 나서 이날 오전까지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계좌 개설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영업점에선 지점장이 본부에 보고해야 할 가입 인원이 적다며, 이미 가입한 직원에게 가족 등 다른 사람 명의로 추가 가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케이이비하나은행 영업점의 한 직원은 “각 사업본부별로 실적 경쟁이 붙은 것으로 내부에서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영업점 직원은 “영업점 창구에 있는 직원은 1만원씩, 창구 뒷편 책임자급 직원은 2만원씩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다. 직원들로선 소액이니까 가입은 했는데, 일단 자동이체는 하지 않고 신규 가입만 했다”고 말했다.

청년희망펀드 가입 주문을 받고 실제 계좌를 만든 직원 중엔 고용조건이 열악한 계약직 직원도 포함돼, 케이이비하나은행 내부에선 ‘도대체 누가 누굴 돕느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케이이비하나은행은 영업점 창구에는 계약직 직원이 없으나 본부의 몇몇 직종은 계약직을 채용하고 있다. 본부 계약직 직원 일부도 이날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점의 한 직원은 “일부 영업점에선 청원경찰과 파트타임 직원한테도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청년희망펀드 참여를 적극 주도하는 상황에서 5대 은행간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다른 은행들도 직원들에게 가입을 독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노조 간부는 “5개 시중은행에서 공동 출시되는 상품으로 대상고객 조기 선점이 중요하다는 은행 공문이 내려왔다. 결국 직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