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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1일 06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21일 06시 52분 KST

'환경난민의 시대'가 열렸다

ASSOCIATED PRESS
A child sits with other refugees behind a fence between Croatia and Slovenia at the border station of Obretzje, Slovenia, Saturday, Sept. 19, 2015. Slovenian police block the crossing for the refugees into the country. (AP Photo/Markus Schreiber)

"지금 유럽이 씨름하는 난민사태가 극단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 생각은 잠깐 보류하고 이것부터 생각해봅시다. 물도, 식량도 없어 오로지 생존을 위해 한 부족이 다른 부족과 싸우면 그 지역에 어떤 상황이 빚어지겠습니까."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외교장관회의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논의할 때 기상이변이나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파생될 사회적 갈등까지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미래에 닥칠 잠재적 재앙에 대한 경고 정도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으나, 연쇄적인 재앙이 벌써 시작됐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섬뜩해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기후변화에서 파생된 갈등이 현재 유럽의 난민사태와 같은 대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일부 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시리아 사태는 첫 직접적 사례

현재 유럽으로 들이닥치는 난민의 상당수는 시리아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뒤 정부군의 무차별적 통폭탄 공습과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잔학행위 때문에 피란길에 올랐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리처드 시거 교수가 올해 3월 내놓은 논문은 시리아 사태의 근본원인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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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거 교수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기후변화와 시리아 최근 가뭄의 시사점'이라는 이 논문에서 난민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흉이 기후변화라고 결론을 내렸다.

농경과 인류문명의 주요 발상지로서 시리아가 속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에덴동산이 있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풍요로운 곳이었으나, 지금은 불모지가 돼버렸다.

시리아에서는 내전 전인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기상관측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가뭄이 닥쳐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비정부기구 국내실향민감시센터(IDMC)에 따르면 시리아 국민의 최소 40%인 760만명이 고향을 잃어 이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거 교수의 연구진은 과거 100년 동안의 강수량, 기온, 해수면 기압 등을 토대로 난민 사태로 이어진 기록적 가뭄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라 지중해 동부 지역에 강수량이 점점 줄고 토양의 습도도 낮아져 농경이 불가능해진 추세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시리아에서 가뭄이 정치 불안의 촉매로 작용했다"며 "인간이 기후체계를 교란한 게 내전의 가능성을 2∼3배 이상 높인 것으로 관측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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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거 교수는 이달 7일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사회, 종교, 민족을 둘러싸고 어떤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겠으나, 수자원 감소는 그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뿐만 아니라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이란 등지에서도 기후변화가 정치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학자들은 남수단, 민주콩고,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에 있는 국가나 멕시코 등 중미 국가도 기후변화로 정치가 위협받는 곳으로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