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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0일 08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20일 08시 05분 KST

마데이의 비극, 외인은 소모품이 아니다

OSEN

2014년 4월 19일. 퓨처스리그(2군)에서는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노히터 경기가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주인공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데럴 마데이(30)였다. 그는 퓨처스리그 최강팀이라고 불린 상무와의 경기에서 볼넷 하나만을 내주는 노히터 역투로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데이는 1군이 눈여겨볼 만한 경력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다만 트리플A 무대까지는 밟은 선수였고 스프링캠프 초청을 받은 경력도 있다. 트리플A 3시즌에서 24경기에 나가 1승7패 평균자책점 7.42를 기록했다. 그리고 상무전 노히터 소식에 1군 스카우트들도 관심을 드러냈다. 실제 몇몇 구단이 마데이의 투구를 직접 지켜보기도 했다. 대체 외국인 리스트 작성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마데이는 부름을 받지 못했다. 기량도 기량이었지만, 안 좋은 소문이 있었다.

마데이는 퓨처스리그 25경기(구원 1경기)에서 15승3패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발군의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논의가 오고 간 구단은 하나도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마데이에 대해 “1~2차례 등판을 봤는데 기본적인 구위가 1군에서 통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여기에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소문도 들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너무 많이 던져 이미 뚜렷한 구위 저하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마데이는 원더스의 주축 투수로 많은 경기에 나섰다. 제대로 된 휴식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물론 원더스는 투수력이 약해 외국인들을 대거 수혈하며 버텼다. 에이스였던 마데이, 그리고 곤살레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일부분은 어쩔 수 없는 현실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마데이의 투구 일지를 보면 현대야구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올스타브레이크쯤, “마데이의 몸이 망가졌다”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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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스는 정식 퓨처스리그 멤버가 아니라 경기 일정이 띄엄띄엄했다. 중간 중간 휴식일이 많았다. 그렇다 해도 마데이의 등판 간격은 모든 퓨처스리그 관계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마데이는 4월 8일 화성과의 경기에서 5이닝 101개를 던진 뒤 3일을 쉬고 12일 경찰청(5이닝 111개)전에 나섰으며 그 다음 이틀을 쉬고 15일 삼성 2군전에 다시 나서 6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졌다. 당시 경찰청 소속이었던 한 선수는 “나중에 소식을 듣고 다들 어리둥절했다. 미쳤다고 생각했다. 시즌 내내 꽤 많이 만났다”고 떠올렸다.

15일 경기 후 다시 3일을 쉬고 상무전에 나가 115개의 공을 던지며 노히터 경기를 완성했다. 이런 마데이의 강행군은 시즌 내내 계속됐다. 마데이는 첫 경기를 제외한 24경기 중 5일 휴식 후 던진 경기가 8번밖에 없었다. 대부분 일정상 강제 휴식이었다. 반면 3일 이하 휴식 후 다시 선발로 나선 경기는 10번이었다. 절정은 6월이었다. 6월 10일 한화 2군과의 경기부터 6월 26일 롯데 2군과의 경기까지는 3일 휴식 턴으로 5경기를 모두 선발로 소화했다. 이 5경기에서의 투구수는 무려 543개였다.

마데이는 1군에서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대가는 혹독했다. 마데이는 이런 혹사 우려 속에 1군 리그의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을 떠난 지금도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상 때문이다. 한 에이전트는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다. 계속 재활을 했고 올해는 그 와중에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라면서 “지금은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피칭 인스트럭터를 하며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에이전트는 “KBO 리그의 몇몇 감독들은 외국인 선수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차피 내년에 다시 뽑으면 그만이니, 앞으로 선수 미래가 어찌되든 일단 데리고 있을 때 최대한 쓰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벤치와 외국인 선수와의 마찰도 잦다. 그 때마다 난감해지는 건 옵션으로 외국인을 달래야 할 구단”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실제 올 시즌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 일지만 봐도 외국인 투수들이 압도적이다. 연속 4일 휴식 후 선발도 적지 않다.

한화 대체 외국인 선수인 에스밀 로저스는 18일 마산 NC전에서 3이닝 6실점을 기록하며 ‘괴물’ 명성의 체면을 구겼다. 상대에게 읽힌 것도 있겠지만 역시 구위가 떨어졌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었다. 로저스는 4일 휴식 후 120구 투구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이날 경기 전까지 21세기 MLB에서도 없었던 5경기 연속 123구 이상 투구의 신기원을 쓰기도 했다. 결국 점차 구위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고 18일 경기는 갈 길 바쁜 한화에 치명타가 됐다. 첫 2~3경기까지만 해도 무시무시했던 로저스도 결국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외국인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에 비해 ‘4일 휴식 후 등판’에 잘 적응되어 있다. 회복력도 빠르다는 것이 트레이너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MLB의 경우 3~5선발급 투수들은 대개 시즌의 절반 정도를 4일 휴식 후 등판으로 채운다. 체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외국인 선수들도 이닝, 출전 경기, 그리고 승리를 했을 때 따라오는 옵션의 달콤함에 마운드에 오른다. 어찌 보면 서로 윈윈일 수는 있는데, 정작 조급한 당겨쓰기는 윈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 에이전트는 “MLB에서 3~4년을 꾸준히 3선발급으로 뛴 투수가 한국에 오겠나. 결국 한 단계 아래의 선수들이다. 로저스와 같은 경험은 해본 적도 없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외인 의존은 구단에나 외국인 선수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용병’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용병의 숙명이다. 하지만 그 활용 또한 잘 짜여진 계산 속에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 요즘처럼 장수 외국인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에서는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