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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3일 14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13일 14시 31분 KST

한국에 온 난민, '돈,집 필요 없어요. 살게 해주세요'

"우리는 거지가 아닙니다. 단지 한국에서 살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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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건너와 인도적 체류자 자격으로 한국에 머무는 함단 알셰이크(23)씨가 13일 한국에서 난민을 보는 차가운 시선을 거둬달라며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대를 돌이켜 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건너와 인도적 체류자 자격으로 한국에 머무는 함단 알셰이크(23)는 한국에서 난민을 보는 차가운 시선을 거둬달라며 13일 이같이 토로했다.

아버지의 컨테이너 수출입 사업차 2010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함단은 이듬해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면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부모, 중학생인 둘째 여동생과 함께 사는 함단은 한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출입하는 개인 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버지는 사업비자가 있어 어머니와 미성년자인 여동생까지 한국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으나 함단은 2012년 성년이 되면서 따로 비자를 받아야 했다.

여권 연장과 비자 발급을 위해 주일본 시리아대사관에 여권을 보냈으나 대사관은 현 시리아 정권에 비판적인 함단에게 여권조차 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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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결국 난민 신청을 한 그는 "한국에서 시리아 대통령을 반대하는 집회도 수차례 했고 페이스북에 현 정권을 비판하는 글도 여러개 올려 시리아로 돌아간다면 바로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여권이 나온다고 해도 시리아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70여명의 다른 대다수 시리아 난민 신청자들처럼 그는 인도적 체류자 신분이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으로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지위를 얻은 이들이다.

함단은 "난민으로 인정받은 시리아인은 2명뿐이라고 알고 있다"며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왜 신청을 받아주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난민 기준을 충족할 정도로 당신에게 문제가 크지 않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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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 돕기 자선단체인 '헬프 시리아' 관계자들이 시리아 내전 3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시리아 정부와 반군 측에 전쟁을 즉각 끝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국 정부도 시리아인의 인도주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적절한 구호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는 내전으로 수십만명이 죽었고, 지금도 날마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다"며 "이게 문제가 아니면 뭐가 문제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외국에서 시리아 사람들이 받는 수모에 대해서도 그는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최근 헝가리 여기자가 시리아 아이를 발로 찼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충격받았고, 그 여기자를 다들 비난했다"며 "시리아 소년 크루디가 탄 배가 침몰한 사건 때도 마음이 매우 아팠다"고 말했다.

난민 신분이 아닌 인도적 체류자는 여러 부분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우선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취업하고 학교에 다니는 것도 제약이 많다. 운전을 하려 해도 국제면허증을 쓸 수 없어 어려운 한국어 면허시험을 봐야 한다.

난민은 여행증명서를 받아 다른 나라에 오갈 수도 있지만 인도적 체류자는 그러지 못한다.

함단은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가장 먼저 여행증명서를 받아 5년간 보지 못한 첫째 여동생을 만나러 가고 싶다"며 "지금은 나도 한국을 떠날 수 없고, 시리아에 사는 여동생도 비자 문제로 한국에 올 수 없다"고 마음 아파했다.

시리아 반군의 거점인 알레포 출신인 그는 "내전이 발발하기 전에는 시리아도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며 "이제는 그곳에서 내 친구와 친척이 서로 총을 겨누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와 같은 난민 신청자들이 한국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곳은 출입국관리사무소다. 시리아 경찰보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사람들이 더 무섭다고 함단은 털어놨다.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시리아인들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다음에 또 찾아오면 너희 나라에 보낼 거다'라는 말이라고 전했다.

함단은 "한국에서 사업하는 한 시리아 친구는 난민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이 2명을 낳아 외국인등록증을 받는 데 3년 정도가 걸렸다"며 "별다른 이유도 없이 '한국에서 출산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며 안 된다고만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시리아인들이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은 어떤 지원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들의 나라가 없어져 새로 살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나 난민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고 그는 털어놨다.

함단은 "주변에서 난민 신청자라고 하면 '왜 돈 많은 유럽에서 신청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를 거지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는 돈도 집도 필요 없다. 그냥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게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들도 힘든데 외국인을 불편해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더 힘들다"며 "한 친구는 아이가 '아빠, 한국 애들은 내가 외국인이라서 싫테. 왜 그럴까'라고 말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대를 돌이켜 봐달라고 한국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함단은 "우리도 마음과 감정이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며 "당시 동족상잔을 겪으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 같은 상황에 놓인 시리아인들은 또 얼마나 힘들 것인지 한번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