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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3일 12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13일 12시 29분 KST

법원은 딴살림 차리고 처자식을 내쫓은 남편에게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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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 상태라면 이혼을 허락할지를 다투는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하급심 법원이 유책 배우자의 가혹한 '축출 이혼'은 허락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 관심을 끈다.

A씨는 대학교에서 만난 남편과 사랑에 빠져 1985년 혼인신고를 했다.

시아버지는 가정환경이 불우했던 A씨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부는 부모의 지원 없이 월세 단칸방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몇년 뒤 남편은 군 복무를 끝내고 취직했고 A씨는 두 아이를 출산했다. 시아버지는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 이들을 살게 했다.

한동안 A씨와 시부모의 갈등은 지속됐다. 남편은 이를 중재하지 못하고 직장 생활도 힘겨워하다가 회사에 무단결근하면서 가출했다.

가출한 남편은 몇년 뒤 다른 여성을 만나 동거했고 아이 둘을 낳았다.

그 사이 A씨는 시부모에게 인정받아 생활비 일부를 받기 시작했다.

A씨는 병에 걸린 시부모를 수시로 문병하며 서로 돈독한 관계로 지냈다.

시아버지가 위독해지자 남편은 가출한 지 22년 만에 A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상속권을 행사해 A씨와 아이들이 살던 아버지 명의의 아파트를 자신과 동생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경매에 넘겼다.

A씨와 자식들은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남편은 아버지가 자신의 명의로 A씨에게 사준 오래된 자동차까지 견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까지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혼인 파탄의 전적인 책임이 있는 남편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무단가출해 가정을 돌보지 않고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았으며, 아버지 없이 성년에 이른 두 자녀에게 별다른 죄책감 없이 20년 이상 살아온 아파트에서 나가라고 하는 등 배우자로서 부양의무, 성실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남편은 선진국의 이혼법이 유책행위와 상관없이 혼인관계가 파탄나면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 추세에 있다며 장기간 별거한 사정을 고려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 태도로 미뤄볼 때 이혼 청구가 인용되면 A씨는 대책 없이 '축출 이혼'을 당해 참기 어려운 경제적 곤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A씨와 자녀들이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가혹한 상태에 놓여 이혼 청구 인용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법원 관계자는 "파탄주의를 취하는 대부분 나라도 '가혹조항'을 둬 상대방에게 재정적 고통을 주거나 자녀를 위해 혼인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면 이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법원 역시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이혼 판결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15일 바람피운 배우자가 낸 이혼소송 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기로 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바람피운 배우자도 아무런 잘못이 없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파탄주의'를 인정할 지가 관심이다.

대법원은 그간 배우자 중 한쪽이 동거나 부양, 정조 등 혼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면 이런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 입장을 견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