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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0일 18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10일 18시 38분 KST

"70년 전 여관비 이제야 갚습니다"...어느 ‘노 교수'의 편지

연합뉴스

“70년 전 여관비를 이제야 갚습니다.”

지난달 25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사무소에 현금 50만원과 편지가 든 등기우편물이 도착했다. 우편물 속에는 “어릴 적 숙박을 한 뒤 도망치면서 내지 않았던 여관비를 갚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가 있었다.

현금과 편지를 보낸 사람은 역사학자인 조동걸(83) 국민대 명예교수. 그가 진보면사무소에 보낸 편지 내용은 이렇다.

경북 영양 출신으로 서울로 유학을 가 중학교에 다니던 그는 1945년 8월 해방이 되자 고향을 찾아가게 됐다.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주실마을로 가던 조 교수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청송군 진보면의 한 여관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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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지낸 그는 돈이 없어 여관 주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여관비를 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숙박비를 내지 않았다는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온 그는 뒤늦게 여관비를 갚으려고 당시 여관을 찾았다. 그러나 여관은 없어졌고 주인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70년 만에 진보면사무소로 현금 50만원과 사연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편지에서 70년전 여관비를 현재 화폐 가치 50만원으로 정한 것에 대해 “서울의 한 특급호텔 하루 숙박비가 50만원인 것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여관이나 업주를 찾을 수 없는 만큼 50만원은 진보면 숙박업소를 위해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보면은 50만원을 단순히 숙박업소에 물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좀 더 의미 있게 쓰기로 했다. 진보면은 일명 ‘양심 거울’을 만들어 지역에 있는 숙박업소 6곳에 기증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는 미담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권영상 청송군 진보면장은 “70년 전의 일을 반성하는 노 교수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에게 본보기가 됐으면 해서 양심거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