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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0일 08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10일 13시 34분 KST

서울에서 패션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5

십년도 더 전, 교과서에서 ‘바리스타’가 미래의 유망직종으로 소개된 걸 기억한다. ‘바리스타’라는 단어를 입으로 외울 때는 지금처럼 아메리카노를 물 마시듯 빈번하게 소비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매해 커피 소비량이 늘더니 현재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커피’가 됐고, 1인당 하루 커피 소비량은 2잔에 이른다. 수요가 많아지니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어떤 카페에 가고, 어떤 커피를 마시고, 어떤 제조 방법을 선호하는지가 개인의 취향을 대변하게 됐다.

‘패션 편집매장’ 혹은 ‘독립 패션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왕왕 들리기 시작한 것도 카페를 골라서 가기 시작한 시기와 비슷했다. 백화점 쇼핑,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질린 사람들은 세련된 감각으로 물건을 큐레이팅한 공간과 개성있는 브랜드에 열광했다. 뉴욕, 도쿄, 파리 같은 도시에서 패션매장과 카페의 결합은 이미 트렌드가 됐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남과 다른 옷을 입고 싶은 사람은, 특별한 커피를 세련된 공간에서 마시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뉴욕의 핫한 패션매장 ‘새터데이 서프 NYC’에서 옷을 산 사람이 매장 한켠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확률? 말해 무엇하겠나. 브랜드에 카페는 아이덴티티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며, 소비자에게 카페는 패션매장을 일상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서울에서도 패션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브라운브레스 × 워드커피

스트리트 브랜드 ‘브라운브레스’는 지난 9년 동안 일종의 문화 전파자 역할을 했다. 자신들이 만드는 패션에 음악, 음식, 스포츠 등 다양한 지역문화의 요소를 첨가하며 브랜드의 외연을 확장해나갔다. 그리고 작년, 자신들과 파트너십 관계였던 바리스타 크루 ‘세컨드 플레이버’(2nd Flavor)와 손잡고 서울 홍대 브라운브레스 매장 2층에 카페를 열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커피 문화’를 알리고 싶어서였다. 워드커피는 생산지가 각기 다른 세가지의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이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음료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특별한지를 세세하게 설명하며 고객들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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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브라운브레스 매장과 워드커피 전경

브라운브레스 BLC 마케터 이도현씨는 “이전에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옷을 구매하려는 단순한 목적으로 매장을 찾았다면, 최근의 고객들은 문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며 워드커피가 존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힙합 사진전, 스케이트보드를 캔버스로 삼은 작품전, 서울 디제이(DJ) 크루들의 공연 같은 거리문화 행사가 빈번하게 열린다.

Childhood Skateboard Exhibition. 전시 오픈. 경매는 3시부터 시작합니다. @word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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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커피 내부 공간


맨메이드 우영미

남성복 ‘솔리드 옴므’, ‘우영미’의 디자이너 우영미 또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한 ‘맨메이드 우영미’라는 공간을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서 운영하고 있다. 27년 동안 남성복을 디자인해온 우영미에게 ‘맨메이드 우영미’는 자신의 디엔에이(DNA)를 ‘예술-패션-커피’ 전방위로 보여주는 처음이자 유일한 공간이다. 복층 구조의 1~2층은 카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펼친 아티스트들의 전시공간으로 함께 쓰이고 있으며, 3~4층은 ‘우영미’, 5층은 ‘솔리드 옴므’의 매장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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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메이드 우영미 외부 전경

패션매장과 카페의 결합으로 기대하는 시너지에 대해 우영미 디자이너는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어느 하나 독립적이지 않다. 패션매장과 카페의 결합도 같은 맥락에 있다. 맨메이드라는 공간에서는 실물의 옷으로는 공유하기 힘들었던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솔리드 옴므 매장과의 차이점에 대해 우 디자이너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 직접 만지거나 느끼지 않고 결정한 것이 없을 정도다. 맨메이드는 브랜드를 공감각적으로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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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메이드 우영미 1~2층 내부 전경


슬로우스테디클럽

견고하고 실용적인 가방으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 ‘블랭코브’. 디렉터 원덕현씨는 ‘슬로우스테디클럽’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론칭함과 동시에,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동명의 패션매장 겸 카페를 열었다. 1층에서는 가방 브랜드 블랭코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슬로우스테디클럽’, 마일럿, 도큐먼트 등 국내외 패션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2층과 3층 야외 테라스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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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스테디클럽 1층 매장 전경

- CAFETERIA DESSERT MINI-MACARON (4 FLAVOURS) #SLOWSTEADY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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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씨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적 조건을 건축물로 옮긴 것이 슬로우스테디클럽”이며 “단순히 브랜드의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고객들과 삶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기존의 카페와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원씨는 컵, 홀더, 코스터(컵받침), 쟁반, 접시 등 카페에 쓰이는 물건들을 직접 제작했다. 커피를 제공한다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면서도 브랜드를 경험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_ RENOVATION PROCESS 9/9 #SLOWSTEADY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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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그린스토어 언더그라운드

남성복 브랜드 ‘스펙테이터’의 디자이너 안태옥씨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네버그린스토어 언더그라운드’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근처에 ‘네버그린스토어’라는 매장이 있었지만, 내부에 카페를 결합한 건 처음이다. 지하 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홈그로운 커피’가 있다. 안씨의 또다른 패션 레이블 ‘홈그로운 서플라이’와 같은 수식어를 쓴다. ‘홈그로운’(homegrown)의 뜻, ‘자체 생산’처럼 사실 카페의 수요는 내부에서 먼저 있었다. 안씨는 “카페는 자투리 공간이 생겨서 어떻게 활용을 할까 고민하다가 만들었다. 마침 팀 내부에서 커피를 자주, 손쉽게 마시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있었다”고 카페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또한 안씨는 “카페로 인해 손님이 매장에 더욱 편하게 머물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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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그린스토어 언더그라운드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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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그린스토어 언더그라운드 내부


퀸마마마켓

여성복 브랜드 ‘오브제’, ‘오즈세컨’ 성공의 주역 강진영, 윤한희 디자이너는 지난 8월 도산공원에 ‘퀸마마마켓’이라는 공간을 열었다. 공간의 모토는 “잇, 숍, 러브”(Eat, Shop, Love), 의식주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숍을 표방한다. 다양한 가드닝 제품으로 꾸민 1층은 식물원처럼 크고 다채롭다. 이어 1층과 2층을 잇는 메자닌(라운지 공간)에서는 고르고 고른 향초 브랜드, 뷰티 아이템을, 2층과 3층은 디자이너의 새로운 여성복 브랜드 ‘퀸마마스튜디오’, ‘진케이’를 쇼핑할 수 있다. 4층은 팬층이 두터운 로스터리 카페 ‘매뉴팩트 커피’와 협업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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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가드닝 제품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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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공간, 향초, 뷰티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매뉴팩트 커피와 만나게 된 과정에 대해, 윤한희 디자이너는 “공간을 오픈할 때 ‘서울, 나우’(Seoul, Now), 서울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싶었고, 장인정신으로 커피 브랜드를 운영하는 매뉴팩트 커피의 진지함에 감동을 느껴 함께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윤 디자이너는 “커피는 쇼핑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일상의 친구가 된 지 오래다. 커피를 통해 소비자의 일상에 친밀하게 접근하고 싶었다”는 말로 커피를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포섭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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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마마마켓 4층, 매뉴팩트 커피와 협업한 공간


*이 글은 한겨레 신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