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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9일 13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09일 13시 33분 KST

하나고 학부모들, 공익제보 교사에게 "학교 떠나라"

한겨레

전국형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가 입학 전형에서 남녀 학생 비율인 ‘성비’를 맞추기 위해 입학 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 학교 교사가 학부모들의 집단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동료 교사도 단식 투쟁 등으로 학부모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어 공익 제보자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8일 하나고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학교 학부모 300여명은 지난 4일 집회를 열고 공익 제보자인 전경원 교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을 보면, 학부모들은 전 교사에게 △단식하고 있는 유아무개 선생님께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교직을 떠나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외부로 끌고 가서 학교 이미지를 땅에 떨어뜨린 것이 합당한지 말하라고 요구하고 △원서를 쓰고 있는 4기 학생들(고3)에게 한 번이라도 미안한 마음 가져본 적이 있는가 등을 묻고 있다.

전 교사는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하나고가 2010년 3월 문을 연 뒤 입학전형에서 서류 평가와 면접 점수를 합산한 엑셀 문서를 조작해 여학생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남학생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입학생의 성비를 맞춰왔다고 증언했다. 전 교사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차례가량 입학전형위원으로 참여했다.

정철화 하나고 교감도 같은 자리에서 “기숙사 때문에 남녀 숫자 조율이 필요했다”며 전 교사의 증언을 인정했다.

하나고 학부모들은 4일 집회를 마친 뒤 전 교사에게 보낸 ‘어머니들의 마음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오늘 하나고 학부형들의 집회가 있었는데, 선생님은 당당하지 못하게 자리에 안 계셨고, 저희 어머니들은 다시 한번 선생님의 비겁함에 눈물을 흘렸다. 이제 교직을 떠나주셨으면 한다”며 “지금까지 어머니들이 지켜본 하나고는 내 손자도 내 조카도 보내고 싶은 학교다. 진정으로 이 학교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육의 산실이 되길 희망한다”고 썼다.

하나고 학부모들은 이 학교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서도 전 교사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학교 이태준 교장이 ‘전경원 선생님에 대한 징계 제청 경위 등 설명’이란 제목의 글에서 “지난주 전경원 선생님이 우리 학교의 내부 일을 왜곡, 과장하여 발표를 하고 언론에도 유포함으로써 우리 학교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며 “8월 초 이미 전 교사에 대한 징계가 제청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자 한 학부모는 “한 사람의 사심에서 나온 행동으로 인해 참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네요”라고 말했고, 다른 학부모는 “만일 그것이 진실이었어도 지금 공부하는 학생들, 특히 앞으로 입시가 코앞에 있는 고3들, 졸업생들을 생각하면 꼭 그런 방법으로 해결을 보고 싶었을까, 진정한 선생님이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마음이 많이 답답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어떤 상황이든지 전경원 선생님 이렇게 하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의라는 가면을 쓴 위선적 행동들이 모두 우리 아이들에게 간다는 것을 왜 모르셨을까”라고 썼고, 고3 아빠라는 학부모는 “우리 모두 겪어보지 않았나요? 이만하면 하나고 괜찮은 학교 아닌가요? 그러니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점진적인 교육 발전을 위해 당장 모든 게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발 물러서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썼다.

이 학교의 한 교사도 8일 현재 9일째 단식을 하면서 “전 교사는 폭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7~8명의 다른 교사도 인트라넷에서 학교 쪽 입장을 대변하며 전 교사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

전 교사는 이에 대해 “입시와 진학 결과도 좋고 학생 만족도도 높은 학교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훌륭한 학교로 만들자고 나올 줄 알았는데, 학부모님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다”며 “매우 충격적이고,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교 준비위원으로 발령받아 7년째 근무 중이고, 하나고 교가를 작사한 작사가로서 학교 발전을 위해 부끄럽지 않게 노력했다고 자부한다”며 “인격과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는 집단폭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