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5년 09월 07일 03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07일 03시 34분 KST

쌍둥이 낳고 2주 만에 복귀? 출산휴가 안 쓰겠다는 야후 CEO에 비난이 쏟아지다

In this Feb. 19, 2015 photo, Yahoo President and CEO Marissa Mayer delivers the keynote address at the first-ever Yahoo Mobile Developer's Conference, in San Francisco. Mayer was the highest paid female CEO in 2014, according to a study carried out by executive compensation data firm Equilar and The Associated Press. (AP Photo/Eric Risberg)
ASSOCIATED PRESS
In this Feb. 19, 2015 photo, Yahoo President and CEO Marissa Mayer delivers the keynote address at the first-ever Yahoo Mobile Developer's Conference, in San Francisco. Mayer was the highest paid female CEO in 2014, according to a study carried out by executive compensation data firm Equilar and The Associated Press. (AP Photo/Eric Risberg)

"머리사 마이어씨, 제발 출산휴가 좀 가주세요."

작년에 500억 원을 벌어들여 미국 여성 '연봉퀸'에 오른 머리사 마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40)가 연말 쌍둥이를 출산하고 바로 복귀하겠다고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아니라 해가 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가 하면, 유럽 언론들은 미국이 파푸아뉴기니만큼 미개하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최근 야후를 비롯해 미국 IT와 금융기업들이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출산휴가를 늘리는 가운데, 곧 아이를 얻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출산휴가를 모두 쓸지도 관심이다.

◇ 아들 낳고 2주 만에 복귀 머리사…쌍둥이딸 낳고 즉시 복귀 예정

올해 연말 일란성 딸 쌍둥이의 출산을 앞둔 머리사는 16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쓰지 않고, 3년 전 아들을 출산했을 때처럼 짧은 휴식 후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야후가 대대적인 전환기에 있기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다는 게 머리사의 설명이다.

머리사는 지난 2012년 7일 구글 임원을 하다 야후 CEO로 발탁된 지 3개월 만에 아들을 출산하고 불과 2주 만에 복귀해 다른 일하는 엄마들에 대한 기대치를 불공정하게 높이고,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머리사는 당시 복귀하면서 사비로 야후 옆 건물에 아기방을 마련해 아기를 데려다 놓고, 보모를 감시해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머리사는 이후 2013년 2월 직원들의 재택근무제를 전면 폐지해, 일하는 부모의 삶을 힘들게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야후 여직원들의 출산휴가를 8주에서 16주로 늘리고, 남직원들을 위한 8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도입했다.

조안 윌리엄스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대학 '일과 여가' 관련법센터 소장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이같이 모순된 출산휴가 정책은 전형적"이라며 "직원들에게 만약 진짜 헌신적이라면 항상 직장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머리사는 작년 4천210만 달러(약 500억원)를 벌어들여 미국 여성 최고경영자(CEO) 중 연봉퀸을 차지했다. NYT가 대기업임원 임금조사업체 에퀼러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다.

◇ 미국 여성 4분의 1은 출산휴가 2주밖에 못써

미국은 출산휴가에 있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불모지다.

독일 한델스블라트는 미국이 파푸아뉴기니와 함께 여성에게 단 하루의 유급 출산휴가도 주지 않는 전 세계 2개 연합국 중 하나라고 비꼬았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여성들에게 50인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 12주간의 무급 출산휴가만을 허용한다. 캘리포니아주와 로드아일랜드주, 뉴저지주만 예외다.

캘리포니아주는 2004년 관련 법 개정으로 유급 출산휴가 제도를 도입해 여성들이 출산휴가를 가면 6주간 급여의 67%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캘리포니아주 소재 기업의 91%는 관련 설문조사에서 모성보호제도가 영업이익을 높이거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트위터를 통해 "앞장서 출산휴가를 가자"는 캠페인을 진행했으나 큰 변화는 불러오지 못했다.

미국 노동부의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 여성 중 4분의 1은 머리사처럼 자발적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출산휴가를 2주밖에 못쓰고 있다. 미국 민간부문에서 유급출산휴가가 보장된 근로자는 12%에 불과하다.

yahoo

이런 상황에서 머리사가 자신이 도입한 출산휴가를 쓰지 않고 조기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다른 여성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지적했다.

바리니아 베르나우 SZ 기자는 칼럼을 통해 "머리사는 책임감이 강해 보이고 싶은 것일 수 있지만, 사실은 팀을 믿지 못한다는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머리사 때문에 야후 직원들과 좋은 엄마이자 성공적인 직장인이고 싶은 수많은 여성은 어마어마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유급출산휴가 도입을 위한 운동을 진행하는 엘렌 브라보 '일터에서의 가족가치' 사무국장은 CNBC에 기고한 칼럼에서 "많은 이들이 머리사 마이어가 전문직 여성임원으로서 더 나은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유급 출산휴가를 모두 쓰는 것을 성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美 IT·금융업계 유급출산휴가 확대…"권리 위에 잠자면 안 된다"

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IT와 금융업계를 위주로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직원들을 위한 출산휴가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직원을 위한 유급출산휴가를 20주로 2배 가까이 확대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1년에 달하는 유급출산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남성을 위한 유급출산휴가를 2주에서 4주로 늘렸다. IBM과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출산한 여직원이 출장을 갈 경우 수유를 위해 보모가 동반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트위터도 조만간 출장 시 보모 동반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네슬레는 남성을 위한 유급 출산휴가를 6주에서 14주로 확대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출산휴가가 확대된다 하더라도 직원들이 이를 활용하느냐는 직장문화에 달려있다.

최근 아이를 얻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남성 직장인(35)은 NYT에 "12주간 유급출산휴가가 보장된 회사에 다니지만, '12주 후에 보자'고 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다 쓰라'고 하니 반 밖에 못썼다"고 말했다.

NYT은 딸 출산을 앞둔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유급 출산휴가를 모두 쓸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남녀 모두에 4개월간의 유급출산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프리실라와 나에게 신나는 소식이 있다. 딸 아기를 출산할 예정"이라며 "우리 인생에서 새로운 장(章)이 될 것"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