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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3일 07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9월 03일 07시 57분 KST

헝가리 부다페스트 켈레티역은 난민촌이 됐다(르포)

AP

"저머니! 저머니!" "프리덤! 프리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동부역인 켈레티 역 앞의 중동 난민들은 2일(현지시간) 역사를 막아선 경찰들 앞에서 영어로 '독일'과 '자유'를 목청껏 외치며 울부짖었다.

역사 앞 도로로 뛰쳐나갔다가 곤봉을 들고 헬멧을 쓴 진압경찰들에 밀려 광장으로 돌아온 한 시리아 난민은 "독일은 환영한다고 했는데 왜 헝가리 정부는 못 가게 하느냐"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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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정부가 전날부터 여권과 유럽연합(EU) 비자를 받은 이민자들만 '난민열차' 탑승을 허용하겠다며 사실상 독일행을 차단하자 켈레티 역은 난민촌으로 바뀌었다.

발이 묶인 난민 3천여명이 노숙하는 역 앞 광장 곳곳에선 이틀째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성난 젊은 남성들이 도로를 막고 구호를 외치자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도 벌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긴장은 오후 기도시간에 잠시 수그러들었다. 남성 100여명은 경찰들 앞에서 메카를 향하고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기도가 끝나자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일제히 외치며 다시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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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역 앞 광장과 지하철 역사를 가득 메운 난민 대다수는 기나긴 피란길에 지친 듯 자리를 깔고 앉아있거나 드러누웠다.

텐트가 없는 난민들은 담요로 햇볕을 가리고 길바닥에 어린 아이를 눕혔다. 광장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은 6칸에 그쳤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예닐곱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역 주변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한 방송사 중계차에서 전기를 빌려 스마트폰을 충전하던 시리아 난민 아흐마드는 기사를 검색하고 있었다며 "독일이 정책을 바꾸기 전에 기차를 타야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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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독일행 열차편이 차단되고서 차량으로 독일행을 알선하는 브로커가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돈이 충분하지 않아 기차표를 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차를 몰고 왔다는 시리아 출신 약사는 길바닥에 여성용품과 화장지, 비상약 등을 늘어놓고 난민들이 집어가도록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 남성은 "시리아가 전쟁 중인데 어떻게 여권이나 비자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독일로 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켈레티 역에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등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도 많은데 시리아 난민만 우선 수용한다는 EU 정책으로는 난민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