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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8일 05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28일 05시 57분 KST

"그 경관이 총으로 자꾸 장난친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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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상복을 입지 못했다.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총기 사고로 숨진 박세원(21) 상경의 빈소가 있는 서울 공릉동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서 27일 만난 아버지 박창용(56)씨는 사고 소식을 듣던 날 입고 있던 운동복 차림이었다. 그는 “아들이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는데 상복을 입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훔쳤다.

박씨는 “지난봄 휴가 나온 아들이 (이번 사고를 낸) ‘박아무개(54) 경위가 총기를 가지고 자꾸 장난을 친다’는 얘기를 했다. ‘조심하라’고만 하고 허투루 듣고 넘긴 게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박 상경은 원래 사고 전날인 24일부터 휴가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북한 포격 사건으로 휴가가 미뤄진 뒤 변을 당했다. 박씨는 “탈영을 해서라도 휴가를 나오게 했다면 죽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 지금쯤 같이 밥을 먹고 있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상경의 어머니 박인숙(56)씨는 사고 소식을 들은 뒤 쓰러져 팔에 주삿바늘을 꽂은 채 빈소를 지키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 과정이 드러날수록 유족들의 상처도 커지고 있다. “함께 있던 다른 두 의경 말을 들어보니, 박 경위가 ‘왜 너희들끼리만 간식을 먹느냐’며 권총을 겨눌 때 두 아이는 도망치는 시늉을 하며 피했다는데, 우리 아들만 안 피하고 있으니 더 겁을 주려다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고 한다. 이게 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박씨는 “총알이 정확하게 왼쪽 가슴을 관통했다. 그게 조준사격이지 어떻게 오발 사고냐”고 했다. 박 경위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이날 오후 빈소에 들른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박씨는 “군복무 시킨다고 애를 데려가놓고 어떻게 죽일 수 있느냐. 적과 싸우다 죽은 거라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구 청장은 지휘 책임자로서 어떤 입장이냐고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빈소를 떠났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오후에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한 뒤 “엄중한 감찰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문책하고 전국적인 총기 관리 실태 점검과 총기안전수칙 보완·교육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상경이 다니던 동국대 학생들은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 모여 진상 규명과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 상경의 철학과 동기인 김도균(22)씨는 “(친구의 죽음이)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 그래야만 세원이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