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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5일 10시 52분 KST

당신이 인터넷 상품평을 믿지 않는 이유

gettyimagesbank

대학원생 김은선(33)씨는 쇼핑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서핑할 때면 포털에서 맨 위에 먼저 뜨는 블로그들은 들어가지 않는다. 대부분 돈을 받고 조작된 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고성 글에 여러 차례 낚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피하죠. 일부러 검색 순위에서 한참 밑에 있는 글을 찾아가요. 방문자가 적고 조용한 블로그의 글이 오히려 신뢰가 가거든요.”

사람들이 참여해 자율적으로 키우는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매체’라고 평가받았던 인터넷의 콘텐츠가 국내에선 점차 외면받고 있다. 각종 광고와 검열이 난무하는데다, 정부도 이를 방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광고마케팅 전문기업 ‘디엠시(DMC)미디어’는 24일 인터넷·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만 19~59살 남녀 1414명을 조사해 ‘2015 업종별 소비자 보고서’를 발표했다. 소비자의 쇼핑 정보 습득과 구매 행태를 산업별로 분석한 보고서인데, 인터넷 블로그와 게시판에 대한 이용자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는 점이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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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전에 블로그나 게시판 후기를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1.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해 31.3%에 견줘 3분의 2 수준으로 확 떨어졌다.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설문에서도 블로그·게시판 후기는 지난해 42.4%에서 올해 27.8%로 크게 떨어졌다.

이런 소비자 태도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바이럴 마케팅’과 ‘임시조치’가 꼽힌다. 바이럴이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입소문을 뜻하는 말로, 바이럴 마케팅은 전문 업체를 통한 인터넷 평판 관리를 뜻한다.

이런 업체들은 돈을 받고 고객사가 포털 검색 등에서 상위에 노출되도록 정교하게 조작된 블로그 글 등을 작성해 유통한다. 포털에 ‘바이럴 마케팅’을 검색하면 수십 개 업체가 성행하고 있는데 이들이 ‘맛집’이나 ‘인기 성형외과’ 등의 검색 결과를 광고 글로 채우면서 정작 실제 사용자 비평은 뒤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비평 글을 아예 사이버 공간에서 들어내는 임시조치다. 비판성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당사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포털 등 인터넷서비스 제공자가 30일 동안 가려주는 조치인데, 게시자가 여러 행정 절차를 밟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삭제되어 버린다.

광고는 늘어나고 비판은 삭제되는 두 바퀴가 돌면서 인터넷 공간의 신뢰도는 내리막길로 미끄러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선 명예훼손 게시글은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삭제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사이버 명예훼손을 엄단하는 등 오히려 검열강화 흐름이 우세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소비자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고려하는 임시조치 개정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한편 디엠시의 이번 보고서에선 온라인 게시글의 신뢰성에 금이 간 사이 전통의 오프라인 마케팅은 영향력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이나 대리점을 방문해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은 지난해 28%에서 34.7%로 크게 늘었으며, 구매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자도 25.8%에서 32.2%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