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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5일 10시 27분 KST

중국 경제 '빨간불' 시진핑 지도력에 의문 제기

AP/연합뉴스
중국 증시의 상하이지수가 8.49%나 폭락하며 8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한 24일, 베이징의 한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중국 증시 폭락의 여파로 아시아 각국 증시들도 급락 장세에 빠진 ‘블랙 먼데이’였다

연일 폭락하는 증시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제왕적 권력을 구축한 시진핑 중국 지도부의 경제 위기 관리 능력과 지도력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이후 줄곧 “시장이 결정적 기능을 하도록 하겠다”며 경제 구조조정과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강조해왔다. 시 주석은 이전 정권에서 총리가 맡았던 경제 업무까지 직접 장악했다.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와 재정경제영도소조 조장도 모두 시 주석이 맡고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시진핑의 지도력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시장 기능을 강조하면서도 6월 중순부터 증시 폭락이 계속되자 공안까지 동원해 강력한 개입을 했다. 경제 개혁을 강조해온 발언과 실제 정책의 모순이었다. 중국 정부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거푸 내렸고, 중앙은행을 통한 대규모 유동성 지원과 퇴직 기금까지 주가 끌어올리기에 투입했다. 그럼에도 증시 폭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6월 증시 폭락이 시작됐을 때 “당국이 손놓고 있을 리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버텼던 개미 투자자들은 이제 당국에 대한 불신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성급하게 개입함으로써 증시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이 정부 대책만 바라보는 ‘천수답식’ 투자 의존도를 키웠다”고 비판한다. 급기야 당국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정부도 다급하다’는 불안 심리가 커지는 국면에 이르렀다.

특히, 시진핑 정부는 증시 활성화를 통한 자금 마련으로 창업 활성화와 내수 진작, 대형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시키겠다는 구상에 매몰돼 증시가 이상 과열된 상황에서 이를 진정시키기는 커녕 서민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도록 신용거래를 부추겼다.

china stock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4월12일 상승 랠리 당시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투기심리를 자극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배리 노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3일 <뉴욕 타임스>에 “시 주석과 몇몇 측근들의 경제 관련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가 이전의 공적인 정책 결정 체계를 퇴보시키고 있다”며 “투기를 방치한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였다”고 비판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가 경제 정책 목표를 너무 높게 세우고 급격하게 추진했지만 경험과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중국 지도부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열린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도 ‘증시 파동 등 경제 불안으로 사회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지도부 안에서는 올초부터 원로 그룹들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이 심상찮으니 핵심 역량을 반부패보다 경제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올해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궈보슝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정적들에 대한 부패 척결을 멈추지 않았다. 당 내부에서는 “생각보다 장기화된 반부패 정책이 당 간부들의 반발과 복지부동한 자세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10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은퇴한 원로들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자중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20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광명일보>는 “개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대하는 힘이 상상 이상으로 맹렬, 완고하고 기괴, 복잡하다. 개혁에 대한 신념과 강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격한 칼럼을 실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시 주석의 개혁 정책에 대한 저항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진핑 정부와 일부 원로, 관료 사회의 갈등설이 불거지는 가운데 24일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장쩌민 전 주석이 전격 체포됐다”는 글과 사진이 돌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 시진핑 정권은 고속성장을 유지했던 전 정권과 달리 ‘낯선’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평론가인 천제런은 “경제성장은 중국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라며 “이 기둥이 흔들리면 시진핑 정권과 공산당 집권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