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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5일 08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25일 12시 57분 KST

창비 "신경숙, 의도적 베껴쓰기 단정할 수 없다"

한겨레

[업데이트 : 오후 4시57분]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 논란과 관련해 출판사 창비가 다시 신 씨를 옹호하고 나섰다.

뉴시스 8월24일 보도에 따르면 백영서 창비 편집주간(연세대 사학과 교수)은 '창작과 비평' 가을호 책머리에서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저희는 그간 내부토론을 거치면서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무의식적인 차용이나 도용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표절이라는 점이라도 신속하게 시인하고 문학에서의 '표절'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토론을 제의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8월24일, 뉴시스)

창비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6월 내놓은 사과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6월17일 보도에 따르면 창비 문학편집부가 신씨 표절 의혹에 대해 "표절 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도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며 "표절이 아니다"라고 했다 비난이 쇄도하자 다음날인 18일 강일우 대표가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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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문학편집부의) 보도자료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습니다.

저희는 그간 작가와 독자를 존중하고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진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한국문학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출판사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한 점은 어떤 사과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①작가와 논의를 거쳐 ②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③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④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6월18일, 창비 대표이사 강일우)

그럼에도 창비가 이번 호를 통해 표절 혐의를 다시 부인하고 나선 데 대해 언론계와 문학계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호에서 신경숙씨 표절 사태에 대한 백영서 창비 주간의 글이 반성 보다는 변명에 가까운 내용들로 지면을 채운데다, 앞서 지난 6월 강일우 창비 대표가 말한 '후속조치'가 거의 전무한 데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8월25일 보도에서 "표절에 대해 출판사의 책임을 통감하거나 건설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방어와 변명에 그쳐 여러모로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백 주간의 글에 대해 한 문학평론가는 '변명과 방어만 할 게 아니라 내부 편집위원 좌담 등을 통해 이번 사태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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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도 8월26일 보도에서 "백 주간의 글은 변명이 8할입니다. 사태가 벌어진 6월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긴급기획’이란 지면을 보면 창비의 무성의한 태도가 보입니다. 외부평론가들이 당시 ‘신경숙 표절 사태‘와 관련, 벌인 토론회에 발표한 평론들을 묶어 발표한 정도입니다. ’긴급기획‘이란 말이 낯뜨겁습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경향신문 역시 8월25일 보도에서 "계간 창비 가을호 머리말 ‘표절문제와 문학권력’은 주로 창비가 두달 간 비판받으면서도 왜 침묵했는지 그 변명에 상당 부분 할애됐다"며 "그간 문단 안팎에서 제기된 쟁점들에 관한 창비의 구체적인 입장이나 내부 논의 과정은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8월25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사과문에서 '작가와 논의를 거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독자들에게 사과했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다"고 비판했다.

문학평론가 오길영 씨도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한마디로 최초 발표된 창비 문학편집부 해명의 반복이다. "문자적 유사성"은 있으나 "의도적 베껴쓰기"는 아니라는 것. 여기서 "문자적 유사성"이 무엇인지를 논하고 싶지 않다. 기본적으로 언어유형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알고 있는 이 낯선 개념이 문학 작품의 분석에도 적용가능한지부터 의문이다. 설령 그런 개념을 쓴다고 쳐도 이미 수차례 지적되었듯이, 신씨의 작품은 단지 "문자적 유사성"에 그친 게 아니다. "베껴 쓰기"고 표절이다. 그걸 의도했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왜 한사코 이 당연한 사실을 부인하려는 걸까. (8월25일, 오길영씨 페이스북)

* 창비 유감- 창비 가을호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아직 잡지를 읽지 못했지만 아래 보도내용을 보자면 창비의 대응은, 한마디로 '역시나' 구나 싶다. 실망스럽다.- 창비는 이렇게 말한다.(권두언은 백영서 편집주간...

Posted by 오길영 on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또 문학평론가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창비가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견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기했다.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강일우 사장 명의의 두 번째 발언보다 오히려 퇴보한 입장이다. 결국 창비는 시간 벌기 혹은 버티기를 기본 전술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3편의 글을 실은) 이번 창비의 대응은 불성실하기 짝이 없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두 달이 넘었건만 이 정도의 기획이 그 동안의 침묵의 결과물이라면 그것은 나태와 무기력이 아니면 의도적인 해태, 시간 벌기, 버티기 전술로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왜 이번 권두언에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던 약속조차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것일까." (8월25일, 프레시안)

이 밖에도 이번 ‘긴급기획’에 포함된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과 교수의 글에서 '창조적 활용'에 대한 부분 역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교수는 창비 '긴급기획'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일부를) 차용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시 쓰기’한 것이다. 위대한 작가와 표절작가를 구별 짓는 기준은 결국 그 작가가 얼마나 독자적인 자기세계를 작품을 통해서 이룩했냐이다. 신씨는 차용한 것을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의 작품의 맥락 속에 녹여냄으로써 작가로서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다. (8월26일, 한국일보)

이 같은 윤 교수의 입장에 대해 뉴시스는 8월25일 보도에서 "이는 신경숙 작가는 '우국'을 읽어본 기억도 없다는 데 '전설'이 '우국'을 창조적으로 활용한 성공사례라고 주장하는 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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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응준 씨

앞서 소설가 이응준씨는 지난 6월16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을 통해 신경숙씨의 표절을 공론화시킨 바 있다.

이후 신씨는 6월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우국'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잘못을 간접적으로 시인했으나 창비의 이번 입장 표명으로 인해 다시 '표절'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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