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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4일 06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24일 06시 05분 KST

박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꺼리는 이유

한겨레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내부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걱정했던 적이 있었던가?”(김민전 경희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 절반 임기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비판 가운데 하나는 박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꺼린다는 점이다.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는 대면보고 보다 서면·전화보고를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단순히 개인적 ‘스타일’을 넘어 국정운영 혼란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때도, 지난 5~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나아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도 늘 ‘대통령께 보고를 언제 했느냐’, ‘대면 보고는 했느냐’ 하는 점이 논란거리가 됐다.

지난 4일 지뢰폭발 이후 10일 발표 때까지 1주일이 흐르는 동안 박 대통령은 주무장관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통화 한번 하지 않았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4차례 보고를 했지만 서면·전화보고였다. 지뢰폭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나흘 만에 열리는 등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와 늑장대응에는 박 대통령의 ‘대면보고 기피’와 이로 인한 부정확한 상황판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 상호포격 상황이 벌어진 20일에는 박 대통령이 곧바로 엔에스시를 소집해 직접 주재하고, 다음날에는 전투복을 입고 군 사령부를 방문한 점 등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흔적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급속히 확산되던 시기에도 박 대통령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1대 1 대면보고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박 대통령은 21차례의 보고를 받았지만 모두 서면과 전화보고였다.

박 대통령의 ‘대면보고 기피증’에 대해 한 참모는 “서면으로 보면 더 많은 정보를 빠른 시일 안에 습득할 수 있다. 서면보고를 받는다고 소통이 안 된다고 보는 게 문제”라고 애써 해명했다. 그러나 서면이나 전화보고는 ‘쌍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적 지시’ 성격이 강하다.

박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은 콘텐츠가 없는 사람이다. (오랜 정치생활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정도다. 대면보고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려줘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고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대면보고의 특징은 대통령이 잘못 알고 있거나 잘못 판단하는 걸 그 자리에서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서면·유선보고는 일방적인 지시일 뿐이고, 박 대통령 국정운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