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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8일 07시 0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18일 09시 22분 KST

꼴불견 관광객때문에 괴로운 한옥마을 주민들

한겨레

*기사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경주 양동마을은 1984년 12월24일 국가지정문화재의 하나인 중요민속문화재 제189호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양반 씨족마을의 풍경이 잘 보존된 덕이다. 경주에서 양동의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신라 천년 고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첨성대와 대릉원 등 신라 문화재가 즐비한 곳에서 조선 유적이 관심을 받기 어려웠다.

신라 유적이 밀집한 경주에서 정북으로 20㎞가량 떨어진 탓에 위치도 불리했다. 경주보다는 외려 포항에서 가까워 관광상품 목록에서 양동마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었다.

이런 마을이 2010년 7월31일 경천동지할 변화를 겪는다. 브라질에서 열린 제3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세계유산에 양동을 등재했기 때문이다. 안동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을 한데 묶어 신청한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Hahoe and Yangdong)'이 국제기구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양동은 더는 한적한 양반 씨족마을이 아니었다.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온 탓이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양동마을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관람객이 줄어들었지만, 지난달에만 1만2천480명이 입장했다. 상춘의 기운이 한창이던 4월에는 무려 3만258명이 다녀갔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너무 많은 관람객이 밀려들자 조용한 마을이 갑자기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의 후손들이 500여년간 대를 이어 산 농촌마을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됐지요."

등재 이후 한동안 양동마을 전시관장으로 근무한 이채경 현 경주시 문화재팀장의 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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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양동마을

관광객들의 무지하고 무례한 행태로 이곳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집 마당이나 화장실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불쑥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무단으로 수돗물을 쓰고 잠그지 않아 화장실과 마당이 온통 물바다가 된 일도 있었다.

쓰레기를 아무 곳에다 버리는 것은 예사였고 집안의 소형 가재도구나 찻잔, 수저 같은 것들을 함부로 집어가기도 했다. 화가 난 주민이 나무랐다가 "당신들은 국가에서 돈 받고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종가 대문 밖에서 '이리 오너라'라고 고함을 지르는 사례도 있었다.

양동마을을 500년간 대를 이어 사는 유서깊은 고장이 아닌 용인 민속촌처럼 현대에 새로 만든 곳으로 관광객들이 오해한 탓이다.

급기야 주민들은 2012년에 특별 대책을 연구했다. 관람료 징수를 논의한 것이다. 막무가내식 관람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반론도 있었다. 관람료 징수는 조상을 욕보이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관람료를 받기로 하고 2013년 1월2일 시행에 들어갔다. 개인 기준 어린이 1천500원(30명 이상 단체 1천200원), 청소년과 군인 2천원(단체 1천700원), 어른 4천원(단체 3천400원)이다.

관람료는 경주시 일반 세입으로 잡되 10%는 문화재청에 문화재보호기금으로 낸다. 문화재보호기금을 제외한 세입금 중 100분의 60은 양동마을 문화재 원형보존 및 관리에 쓴다. 기반시설 설치 및 유지보수에도 사용한다. 나머지 40%는 양동마을운영회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유료화 이후 연간 관람료 수입은 2013년 7억5천262원, 2014년는 8억7천6천44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7월 말 현재 4억원 걷혔다.

이채경 문화재팀장은 "혹자는 돈 욕심에 관람료를 받는다고 비판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경주시도 관광객 숫자의 감소를 부를 것이 뻔한 관람료 징수를 강행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람료 징수로 방문객을 충분히 억제하지는 못했다.

2013년 이전에는 관람료와 별도 출입시설이 없어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경주시 자료를 근거로 한 추정치를 보면 연간 관람객은 2009년 29만명, 2010년 45만명, 2011년 41만명, 2012년 55만3천명 등이다. 2010년 이래 관람객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이 무렵에 양동마을이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된다는 사실이 홍보됐기 때문이다.

통계가 잡힌 2013년은 28만7천817명, 2014년에는 32만1천293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7월 말 현재 14만7천507명이 입장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올해 메르스 여파가 아니었으면 관람객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람료가 방문객을 줄이는 데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매년 쏟아져 들어오는 20만~30만명이 전통마을 주민들에게는 고역이다. 이들에게 세계유산 등재는 축복만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