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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7일 07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17일 07시 45분 KST

변호사 2만명 시대, 영역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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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으로 국내 변호사가 2만명에 가까워지면서 변호사 업계 내부 경쟁은 물론, 업무가 겹치는 관련 전문업계와도 영역 싸움이 치열해졌다.

특히 변호사 증가로 시장을 잠식당할 위기에 놓인 변리사와 세무사 업계가 전면전을 선포한 양상이다. 이들은 최근 변호사에게 변리사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변리사법과 세무사법을 개정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17일 법조계와 변리사 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변리사회는 이달 6일부터 모든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주는 변리사법 제3조를 폐지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특허청에 등록된 변리사 8천885명 중 자동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가 5천379명으로 전체의 60.5%를 차지했다. 변리사들은 변호사에게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특허 등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특수목적 법률전문가로서 지난 60년간 이 땅의 지식재산권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왔다"며 "기술과 특허를 모르는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까지 주는 것은 비정상이며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권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자체 홈페이지와 함께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서명 청원에는 현재 3천700여명이 참여했다.

이에 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올해 4월 변리사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변협은 "과거 변호사 수가 부족할 때 저렴한 법률서비스 제공 필요성으로 변호사 고유 업무영역 중 최소한의 범위에서 예외를 인정해 변리사 제도를 뒀다"며 로스쿨에서 지식재산 분야 특성화 교육을 받은 변호사들이 다수 배출되므로 따로 변리사가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세무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대법원이 2012년 세무사 시험에 떨어진 변호사는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제도는 사실상 무력화했다.

하지만 세무사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도록 한 세무사법 제3조를 아예 폐지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해 현재 계류 중이다.

변호사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변협은 이달 11일 변호사만 국가소송을 대리하도록 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을 통해 발의했다.

현행 국가소송 관련 법에는 변호사뿐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지정하는 법무부 직원 또는 행정청 직원이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는데, 이를 없애고 변호사만 소송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변협은 법률시장에서 심각한 구직난 탓에 취업을 못하는 청년 변호사의 고용 창출에 절실하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실제로 변호사업계의 취업난은 올해 들어 한층 더 심각해진 상황이다.

법무법인 소속과 사무실 개업이 모두 어려워지면서 안정적인 기업의 법무팀 취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기업들은 예전에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간부급으로 영입했지만, 이제는 별 경력이 없는 변호사는 법무팀 대리급으로 채용할 정도로 위상이 낮아졌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많아지다 보니 업계 안팎으로 밥그릇 지키기가 힘들어졌다"며 "변호사단체가 예전에 비해 이익단체로 활동하는 경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